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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 시청 후기 : 기회 제공의 의미

Enter.|2020. 11. 25. 08:48

현재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 세상이다. 최근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양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유명한 뮤지션이 아니라면 아이돌 꼬리표 없이는 무대 한번 경험하기도 힘든 상황이지. 어릴때는 마냥 좋았는데 마흔이 넘으니 들을 노래가 없어서 답답함을 느껴야 했던 이유다.

 

몇 년 전에 힘든 일이 있었을때 내게 위로를 준 노래가 있다. say something 이라는 곡인데 가사를 해석해서 이해하지 않고 그냥 들었다. 지금도 약간 우울할때면 이 노래를 듣는데 처음 접했을때는 '왜 한국에는 이런 노래, 이런 가수가 없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요즘은 이소라의 track 9, Amen 이나 김윤아의 Going Home 같은 노래를 알게되서 듣지만 당시에 일반 대중인 내게는 접할 기회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 말은 결국 대한민국 가요계는 일명 돈이 되는 상품을 찍어내는 공장이 점령한 시장으로 변해면서 보통의 소비자인 대중의 입장에서 음악이 주는 최소한의 가치조차 쉽게 소비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가요조차 일방적인 플레이리스트에 의해서 강요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음악', '노래'가 갖는 본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지난 십여년간 수 많은 방송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요즘은 jtbc 채널에서 싱어게인 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명가수전' 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싱어게인은 1회, 2회만 봤을때 기존의 프로그램과 달랐고 울림도 남달랐다. 내 블로그에 이렇게 시청 후기를 남기는 것도 1회를 재방송으로 보고 2회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 본방사수를 하게 만든 그 이유와 같지 않을까?

 

1, 2회를 본 시청자의 후기

 

▲ 싱어게인 본선 1라운드 조 편성표다. 일반 오디션 참가자들뿐 아니라 OST 원곡자, 예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결과를 얻어냈던 실력자들, 온 국민이 다 알만한 히트곡을 갖고 있는 슈가맨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이 방송의 초반 재미는 바로 익숙하고 반가운 노래를 부른 가수를 만나는 일이었다.

 

심사위원인 규현의 혼잣말처럼 '내가 이 노래를 실제로 듣게 되다니' 라는 반응을 시청자라면 모두 느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추억 속 명곡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원곡 가수를 통해서 듣는다는 설레임이 분명 컸다. 덕분에 난 이 프로그램을 경쟁이 아니라 '기회의 무대를 제공하는 역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천하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는 비주류 가수들에게 그럴듯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이 방송의 의미가 아닐까? 난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시청자로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눌때 ' 저 사람의 다른 노래를 듣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내게 던지는 것으로 기준을 삼았다.

 

* 일반 경쟁 오디션도 아니고 이미 누군가의 마음속에 추억의 명곡으로 자리잡은 노래의 원곡자들이 나오는데 무슨 실력으로 심사를 할 수 있겠는가?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심사위원이 태어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사람도 나오는데 뭘 심사하겠나? 노래는 추억으로 즐기고 심사는 현재의 가수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는거다.

 

시장성이 있는 상품의 원석을 찾는게 아니라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추억여행을 시켜준다는 느낌? 무명 가수들에게는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무대를 내어준 느낌으로 방송을 봤다. 덕분에 색다른 포맷의 방송을 만난 것 같다.

 

찐 무명 조

 

누구나 아는 국민 OST의 원곡자, 나의 20대에 깊이 박혀있는 명곡을 낸 그룹의 보컬리스트, 아직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남아있는 곡들의 가수 등 무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안될것 같은 사람들이 내 감성을 건드리는 동안 남았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때 파고들어 온 것이 바로 '찐 무명' 조의 1라운드 무대였다.

 

▲ 63호 가수

 

▲ 30호 가수

 

진짜 무명 가수들이 나와서 기존의 대중가요를 심사받는 것이었는데 위에 63호와 30호가 바로 눈길을 끌더라. 추억 팔이가 아니라 그들의 공연에 흥을 느끼고 즐겼던 순간이었다. 둘 다 자기 색깔이 확실해서 가수라는 말보다는 아티스트, 뮤지션 이라는 말이 더 생각났다. 음악방송보다 공연장이 더 생각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 둘 다 가창, 편곡, 연주, 퍼포먼스 모두 무명으로 남기에는 아까웠다. 길을 걷다가 버스킹에서 만났으면 잠깐 내 발을 잡아둘수 있는 그런 실력과 매력을 가진 참가자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30호 가수는 인터뷰를 하는내내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서 기대도 안했는데 첫 소절이 딱 나오자마자 기대감이 100%로 상승했다. 그 음색만으로 '자기 색깔이 확실한 뮤지션' 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 결국 해리와 선미에게 섹시하다. 나랑 밀당하나? 라는 식의 직설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심사평을 받아냈다. (물론 그 평을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사람이 갖는 고유한 매력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석해준건 이선희 님이다.)

 

* 남자인 나도 멋지다. 라는 생각을 했기에 같은 또래 여자인 선미와 해리 반응이 이해가 되더라.

 

▲ 성시경의 태양계를 불렀던 참가자의 모습

 

이 분도 찐 무명조였는데 가만히 앉아서 태양계를 부르는데 이소라 느낌이 나더라. 딱 그 과인가? 싶었는데 이선희 님이 그 소리가 자꾸 연상되는데 그것보다는 못해서 결국 패스 버튼을 안 눌렀다는 평가를 내더라. 내가 이 분의 무대를 평가할 수는 없을것 같고 그냥 바라는게 있어서 포함해본다.

 

1라운드에서 부른 태양계를 녹음해서 음원으로 발매해주면 안될까요?

 

여러가지로 추억도 건드리고, 오디션 특유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싱어게인 초반이 아닐까 싶다.

 

안타까움

 

아직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곡들의 주인인 '유미', 뮤지컬계에서 인정받는 배우 '소냐', 스카이캐슬 OST로 희망을 봤던 '하진' 그 외에 많은 가수들이 왜 싱어게인에 나와야 했을까? 라는 물음을 한번은 던져보고 싶다.

 

음악방송으로 인지도를 쌓고 행사로 돈을 버는 지금의 가요계가 조금 더 다양한 채널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도 꺼내본다. 더불어 공연이라는 문화에 대해서 좀 더 익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이런 많은 마음들이 모여서 한 켠에 안타까움을 남겼다.

 

사족 : 편집을 왜 그따위로?

 

요즘 동영상 채널의 인기로 인해서 TV 채널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다보니 광고 수주가 잘 안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도 2번으로 쪼개서 보고, 예능도 2~3번으로 쪼개서 보면서 중간광고를 보는것까지 익숙해졌다. 그런데 싱어게인은 중간에 광고 들어가는 지점이 너무 불쾌했다. (일부러 흐름이 끊기는 지점에 넣더라.)

 

* 그 긴 사전 광고를 다 보고 프로그램이 시작했는데 MC와 심사위원들이 몇 마디를 나누고 경연을 보기 전에 또 광고가 들어가더라. 오히려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물음을 대기업 광고주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더럽고 치사해서 안 사 가 되는거지.)

 

또 제작진도 이미 알고 있듯이 화제가 될만한 사람들의 무대를 쪼개서 앞뒤로 붙이는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냐? 상품을 팔려면 온전한걸 팔아야지. 그게 뭔가? 조도 중간중간 섞어서 이게 클립 영상을 보는건지 본 방송을 보는건지 모를 정도로 만들었더라.

 

중간에 광고 넣는건 좋은데 상품이자 서비스인 방송 자체는 최대한 보존해서 시청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회 방송을 보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남겨본다.

 

※ 태양계 부른 가수님 녹음해서 음원으로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아니면 개인 유튜브 채널 있으시면 한번 불러서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찾아볼까?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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