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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실제 후기 (넷플릭스 감상)

Movie|2021. 2. 14. 20:02

오늘 영화 승리호를 넷플릭스에서 보고 실제 감상 후기를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한국 영화에 새로운 희망을 봤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제 평점을 10점 만점으로 준다면 8점 정도 주고 싶네요. 그럼 스포일러를 약간 섞어서 간단하게 제가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영화 승리호 후기를 남기기 앞서서 간단하게 배경과 스토리 라인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2092년의 병들어버린 지구에서 탈출하는 인류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위성궤도에 마련된 임시 거주 장소를 운영하는 UTS 그룹이 악의 축으로 나오는데요. 그들의 계략에 맞서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의 구성원으로 나오는 김태리,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목소리 출연)이 착한 편으로 나옵니다.

 

선택받은 일부의 부유층은 UTS 그룹의 거주지에서 생활하는 시민권자로 살아가고, 아직 지구에 남아있는 비 시민권자들은 노동 비자를 받고 우주에 나가서 청소부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계급이 아닌 철저하게 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 상황에서 돈만 쫓던 승리호(우주 쓰레기 청소선)의 사람들은 우연히 UTS 그룹의 계획을 방해하게되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됩니다. 결국 그들은 지구의 안녕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데요. 그 과정을 보여주는게 이 영화 승리호의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에서 UTS 그룹의 회장으로 나오는 설리반은 겉으로 보기에는 젠틀하게 보이지만 무서운 아집과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전쟁으로 죽어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에게는 오직 악한 본성과 지저분한 마음만 가득하다고 믿고 있는거죠. 사람들이 보여주는 선한 모습은 오직 책임지지 않는 가식일 뿐이라며 끊임없이 사람들을 돈과 권력으로 유혹하고 조롱합니다. 예를들면 당근을 앞에 던져주고 그걸 집으면 넌 고작 그 정도 인간인거야. 어디서 훈장질이냐?며 조롱하고 깔아뭉개는거죠.

 

설리반이라는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깊은 사색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우리가 그저 재미로만 봤던 마블 작품들의 밑바닥에 깔려있던 사색의 무게감과 비슷하다고 느꼈네요. 다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 표현이나 깊이가 세련되지 못했기에 많은 분들에게 유치하다는 평을 듣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큰 뿌리와 뼈대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한국인에게 판매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 같은거죠. 덕분에 저는 영화 승리호 후기로 평점을 8점으로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또 한번 멍해졌던 이유는 바로 업동이 때문입니다. 배우 유해진씨가 목소리만 입혀서 등장한 로봇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중간에 꽃님이가 업동이 언니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망치로 꽝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로봇에게는 성별이 없었을텐데 왜 난 목소리만 듣고 남자라고 생각했지? 라는 멍함이었죠.

 

나중에 승리호가 인류에 기여한 공로로 보상을 받았을때 업동이는 골격에 피부 이식 같은걸 받아서 김향기 님으로 나오게 됩니다. 제 머리로는 좀 이해가 안 되는데 프로그램은 여성이었나 봅니다.

 

일각에서는 업동이의 목소리가 기계음이 아닌 유해진 목소리로 바로 나온게 연출 부족이라고 언급하는데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극의 내용이나 전개상 기계음으로 처리를 했을 경우에 중간중간에 유머 코드가 너무 많이 비어버리거든요. 오히려 그런 부분을 살려주기 위한 결단이 아니었을까 싶고 저는 만족하는 연출이었습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업동이의 목소리가 아니라 태호와 그의 딸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어른인 배우들과 이야기, 꽃님이 사이에서 비중 조절을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인데 그 딸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망가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너무 힘을 많이 줬다는 느낌이 들었고 전체 이야기에서 겉돌고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스토리상 승리호 선원들 개개인의 사연은 큰 의미가 없었고 그 부분을 극에서도 비중 조절을 잘 해서 다뤘는데 유독 태호와 딸만 너무 힘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한국식 신파가 없어서 좋았는데 그 부분이 옥의 티였죠.

 

사실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장르와 스토리였기에 보는데 어색했었는데요. 그 문제를 해결해준게 바로 꽃님이 입니다. 한국 이름은 꽃님이 외국 이름은 도로시. 정말 모든 장면이 다 귀여워서 혼났네요.

 

다른 사람들은 CG가 수준급이라며 이게 한국영화가 맞냐고 감탄했는데 저는 꽃님이가 너무 귀여워서 감탄하면서 봤네요. 또 화려하고 악질적인 전력을 갖고 있는 승리호 선원들이 꽃님이 이모, 삼촌이 되는 모습을 보는것도 너무 흐뭇했습니다. 모든 장면이 다 귀여웠고 인상적이었던건 꽃님이 때문이었네요.

 

"아 차거"

 

단발로만 나왔던 도로시가 타이거 박 삼촌이 머리 감겨주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귀 뒤로 머리를 넘긴 모습입니다. 몇 살 쯤일까? 너무 귀엽다.

 

또 꽃님이를 중심으로 가볍게 던져지는 유머코드들도 기존의 것과 달라서 좋았던 느낌이 생각나네요. 억지스럽지 않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승리호의 마지막은 모두가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 작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아쉬웠던 가장 큰 2가지 장면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둘 다 같은 전개인데요. 사멸하지 않는 나노봇을 조정해서 위기에서 승리호를 구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 결말을 끌어내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이어서 아쉬웠습니다.

 

큰 시장에 물건을 내놓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이 작품에서 제가 느꼈던 아쉬움들이 고쳐지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평가와 점수로 극찬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은 새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부분도 많고 진짜로 유치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사족

 

영화 승리호 후기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면 논문 1권은 나올겁니다. 전개의 과정이나 대사들이 다소 유치하기는 했으나 그 바탕이 되는 것들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설리반 이야기로만 몇 장은 쓰겠네요. 오리지널 스토리를 감독이 쓴 부분이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스토리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이제 경험치를 쌓아가면서 가치있는 스토리와 사상을 토대로 감독이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세련되게 표현하느냐가 앞으로의 한국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질문이 되겠네요. 그리고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 작품이 엄청 재미있거나, 엄청 감동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따분할수도 있고 복잡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망작은 아닙니다. 스크린으로 개봉했다면 천만 관객은 그냥 달성했을 것입니다. 흥행을 보증할 수 없지만 해외로 수출도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과 큰 관련은 없으나 한번쯤 시간 때우기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보면서 욕하더라도 보면 다음을 기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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