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지켜보자

Think|2022. 1. 12. 16:48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 46분에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실종자가 생겼지만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위해 안전진단 후 수색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부디 실종자 모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별개로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심경이 편하지는 않네요. 예전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때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 때는 그래도 나중에는 좋아지겠지, 이런 피해는 없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세상을 살아보니 상대적 약자의 권리와 목숨은 그리 값지지 않았습니다. 씁쓸하지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보면서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꼭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2월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 나라의 행정과 시스템이 국민의 안녕과 무관하게 돌아간다고 간주해야 합니다. 3월 9일 이후로 미뤄진다면 최악이겠지요.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이번 사고의 처리 과정을 보면서 잘 고민해보는 국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사고가 난 아파트는 어떤 곳일까요?

 

▲ 준공이 완료된 뒤에 모습을 예상한 조감도입니다.

 

입지 조건이 좋은 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가격이 5억6800만원에서 24억까지 되는 곳입니다. 2022년 11월 30일 입주가 예정된 곳으로 이미 선분양이 완료된 상태인 곳으로 시행사는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재산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주택을 짓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고의 당사자는 분양을 받은 자, 시행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입니다. 이 외에 주체는 사고와 관련한 직접 당사자가 아니므로 상위 당사자가 모든 책임을 다 지고 나중에 구상권만 행사할 수 있겠죠?

 

*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이게 맞는거죠.

 

그럼 이제 피해의 정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이미 납입한 대금과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선택할 수 있었던 기회의 손실 비용의 총액, 타인의 귀책 사유로 인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위로금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다른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여기에서 금전적인 관계가 성립하는 당사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며 손해액 산정 과정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 설마 광주 화정 아이파크를 잘 보수해서 그대로 준공 승인까지 밀고 갈 생각은 아니죠? 자체 하중도 버티지 못해서 무너진 집에 누가 들어갈까요? 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없겠죠?

 

이미 이 아파트는 돈을 주고 거래할만한 최소한의 가치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금전 관계를 해소하고, 위로금 지급에 효력이 상실된 청약통장까지 부활시켜준 뒤에 철거해야 합니다. 다시 짓는 것은 그 뒤에 문제입니다.

 

이제부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책임 처벌 문제입니다.

 

해당 아파트 붕괴 모습입니다. 39층 옥상 시공을 하는데 그대로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부분이 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거기에 무너진것을 보면 진흙을 무장적 쌓아올린 모습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콘크리트가 정상 범위로 굳은 상태가 되기 전에 다음 공사가 진행된거죠. 39층에서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은 잘못된 과정이 한 번에서 끝난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거푸집이 떨어지는 등 전조 증상이 있었는데도 작업을 계속했다고 하죠.

 

이런 문제들은 정밀한 검사와 정황을 취합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당사자를 구분하고 그 정도와 처벌의 수준을 정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은 판단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꽤 큰 논란과 긴 시간이 필요할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업무 일정에 대한 조정 권한이 없는 하청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됩니다. 그건 갑질이고 폭력입니다. 모든 책임은 원청이 지는게 맞습니다. 책임을 모두 이행한 원청이 억울하다면 하청에 소송을 거는것이 순리죠. 즉,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처리 과정에서 보여지는 책임자는 오직 HDC현대산업개발 이어야만 합니다.

 

* 그 외에 현장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소장과 관련 직무자에 대한 가벼운 형사처벌 정도가 예상됩니다.

 

어릴때 봤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너무 어린 아이였거든요. 마흔이 넘은 지금 제 눈에 보이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꼭 확인하고 싶네요. 그냥 어른이 된 아이가 내가 살고있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지만 꼭 보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방금 확인해보니 사고 발생 20시간이 지난 시점에 안전검사를 마치고 실종자 수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디 실종자 6명의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1990년대보다 2020년대가 기술이나 체계나 인권에 대한 가치나 모든 면에서 발전했으니 모두 살아서 가족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해보네요.

 

▲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이미 잡혀있는 입주 예정일이 무리한 일정을 전제로 잡혔던 건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생명을 잃는 피해자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 와중에 준공이 되고 사람들이 입주한 뒤에 무너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건 나뿐일까? 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입주 후 이런 사고가 나서 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면 내가 쓰게 될 글의 내용이 매우 험악해지겠지.

 

사족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는 사건이나 사고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사건은 일단락 됐으나 피해 복구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도 수 차례 목격했습니다. 사람의 마음보다 논란을 잠재우는데 급급한 세상의 인심도 수 없이 듣고 봐야했죠. 이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다른 처리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입니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을 받는가?

피해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고 어떤 취급을 당하는가?

 

세상은 이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를 다루면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저는 저 두 가지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인지, 정의로움을 쫓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나라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네요. 쉽고 편하고 빠른 길을 선택하는 체계인가? 어렵고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체계인가? 40대 초반인 제게는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세상을 장및빛으로 보기에는 좀 있는 나이라 기대보다 힐난이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좀 긍정적이고 싶네요.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의 공정과 정의를 기대하고 싶네요. 왜냐하면 아직 실종자도 남았있는 상황이고 선분양의 폐해로 인해서 두 손, 두 발이 묶인 상태로 눈 뜨고 피해를 입은 국민들도 남아있으니까요. 부디 건물은 무너졌어도 사람은 숨 쉴 수 있는 결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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