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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감상후기 : 신파를 버려라 제발.

Movie|2020. 8. 29. 17:39

올 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반도 감상후기를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접 보기 전에 접했던 수 많은 혹평들이 가혹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체 관객 중 몇 명이나 평가를 하기 위해서 볼까요? 아마 후반부에 연속 신파 (권해효 - 이정현) 후 허무하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다보니 많은 관객들이 지나치게 낮은 평점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신파에 매달리는 관행이 언제쯤이면 사라질지 아쉬울 뿐이네요.

 

개인적으로 평점은 7점이며 스태프와 연기자들 모두 고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전개가 좀 아쉬웠어도 후반부를 잘 꾸려갔다면 이 정도로 혹평은 받지 않았을텐데 아쉽네요.

 

한줄평

 

좀비 영화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보면 볼 만 하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영화 반도는 강동원 원톱이라고 생각되는 작품 중에서는 나름대로 선방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연속 '신파 설정'이 너무 지나쳐서 아쉬웠습니다. 또 평가를 위한 시청을 전제로 했을때 단점이 너무 많아서 답답했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강동원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강동원을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영화 반도도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 애쓰느라 정작 중요한 관객의 재미는 무시했다고 봅니다. 주연 배우에게 바치는 헌정 작품인지 돈을 벌기 위해서 제작한 상업 영화인지 헷갈리네요. 그 와중에서 주연 배우가 빛나지 않았고 무난하게 느껴진 것은 최악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그런 말을 합니다. '여자와 아이와 노인은 보호한다.' 위에 사진을 보면 딱 그 분위기입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지켜져야되는 두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

 

다들 배우 권해효가 왜 나왔냐는 물음을 많이 던지던데 마지막에 저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등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4년 후 반도에 들어온 강동원이 이들을 만났을때부터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만 그것이 그대로 전개가 된 것은 재앙이지요.

 

* 영화 반도를 보기 전에 스토리와 관련된 어떤 글이나 영상도 안 봤는데도 김노인이 무선으로 제인이라는 소령과 연락해서 인천항으로 데리러 온다고 하는 장면에서 정말 그렇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저 구도에서 준이나 유진이를 구하기 위해서 희생될 것이라는 것도 예상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 이루어졌지만 제가 하나를 간과했죠. 그 뒤에 이어질 신파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631 부대 내부에서 트럭을 탈취해 나오는 과정을 매형과 강동원의 관계에서 풀어낸 것은 매우 유감스러웠습니다. 서대위와 황중사의 관계에서 사건을 풀어서 트럭을 부대 밖으로 끌고 나오는 설정이 더 상식적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 중 하나는 상식적인 전개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너무 멋있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예를들면 이정현이 중간에 강동원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빚을 졌으니 나중에 부탁을 들어줘라.'는 대사를 칩니다. 이 순간 저는 나중에 이정현이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희생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강동원과 매형의 대화가 끼어들더니 목숨을 걸고 좀비들을 모아놓은 이정현을 구해서 나옵니다. 이게 반전인가요?

 

* 후반에 좀비와의 전투 장면은 아이러니했습니다. 저렇게 할 수 있는데 왜 4년 전에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황폐화 되었을까요? 아이언맨도 아니고 아줌마 1명이랑 아저씨 1명이 하고싶은대로 다 할 수 있는데 왜 저 배경이 성립하는거죠?

 

이런 식의 억지가 너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놈의 뻔한 클리셰라는 혹평을 감수하더라도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아야 그 동안 끌고 온 이야기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입니다. 영화적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너무 애를 썼는데 그것이 오히려 관객의 외면을 초래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 영화 반도가 개봉하기 전에는 631부대를 통해서 그려지게 될 사회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데몰리션 맨에서 봤던 지하도 속 반란군 사회같은 모습이 그려질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죠. 극 중에서 누나의 남편으로 나온 김도윤 캐릭터의 역할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났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시선을 강동원에게 몰아넣고 631부대 전체와 좀비들까지 대적하는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버리는 역할을 하게되죠. 전 이미 연속 신파를 보기 전 이 부분에서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필요도 없는 장면들인데 지루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매형은 631부대를 통해서 4년 후 반도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생활을 그려주는 것으로 끝이 났어야 합니다. 그 뒤 강동원과 이정현이 부대에 잠입했을때는 이미 좀비화가 되어있는 상태로 우여곡절 끝에 트럭을 몰고 탈출하는 강동원의 시선에 한번 잡혀주면 충분했다고 봅니다.

 

▲ 좀비에게 장악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을 썼을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을 볼 수 있었던 막내 딸의 RC카 설정.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억지스러워서 눈살을 찌푸리는 화면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또 그것을 보여주는 아역배우 2명의 존재감도 상당히 컸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김노인이 유진을 대신해 총을 맞는 장면에서 유진을 연기했던 이예원 양의 표정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보고, 다시보고 또 다시 볼 정도로 기억에 남더군요.

 

저런 좋은 아이디어를 좀 더 고민해서 표현했다면 평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좋은 뼈대를 손에 쥐고도 표현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나 다 적는 이 작품의 문제점

 

1. 거리의 자동차는 모두 열려있고 차 키는 모두 꼿혀있다.

 

2. 4년 동안 동작하지 않은 차량의 배터리가 경적을 울릴만큼 남아있다.

 

3. 총으로 제압이 가능한 좀비를 왜 4년 전에 전멸시키지 못했나?

 

4. 소리와 빛에 민감한 좀비들이 정적을 가르는 자동차 엔진 소리에는 너무 둔감했다.

 

5. 차량 안에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등장인물들이 좀비들을 적을 막는 도구로 너무 쉽게 사용했다.

 

결론

 

부산행에서는 장소와 상황을 압축해서 밀도있게 보여줌으로써 개연성에 문제를 삼을만한 부분을 많이 차단을 했지요. 그 부분에서 좀비를 소재로 다룬 영화로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신선한 부분이 있어서 호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성애를 다룬 부분도 눈물짜기의 한 종류였지만 사실 그리 길지 않았죠. 공유의 마지막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런데 영화 반도에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공간이 확장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졌습니다. 또한 자동차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액션을 추가하였습니다. 거기에 주연이 얽메이는 인간적인 감정들이 수 놓아졌죠.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서 현실성은 떨어지고, 억지스러움이 지나치게 강요되었습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래도 좋았겠으나 후반에 김노인 - 이정현으로 이어지는 연속 신파 설정에 관객들은 엔딩을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느낀 불쾌감과 불편함, 지루함이 고스란히 남아서 지나친 혹평으로 이어진거죠.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볼 때 소재가 좀비가 아니라 카레이싱이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혹평이 너무 심했던 작품이라 기대없이 봤다가 아주 재미있게 봤거든요. 거기에 신파만 버렸더라도 평이 좀 더 좋았을텐데 아쉬울 뿐입니다.

 

* 감독은 마지막에 이레의 대사 '내가 살던 세계도 나쁘지 않았어.' 에 뭔가 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재미있게 봤다는 생각이 들어야 가치를 부여하지 않겠어요?

 

▲ 이 작품에서 제일 고생한 분들은 바로 좀비로 활동한 출연진들입니다. 주연들은 아무리 구르고 뛰어도 먼지 하나 묻지 않는데 분장하고 움직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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