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생각

Think|2021. 3. 18. 23:08

필자는 81년생, 41세 아재다. 내 시선에서 요즘 논란이 되고있는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필자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2분기에 다른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주제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의료인력 3교대 운영을 통해 현장 인력의 피로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2020학년도 1학기는 늦었으니 2학기부터는 휴학하는것이 좋다.'

 

당시에 휴학을 권장했던 이유는 현실 때문이다. 대면 수업이든, 온라인 강의든, 학교가 휴교를 하든 학생으로부터 등록금을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해서 기존 운용 인력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횡령이든, 배임이든, 투자든 학교라는 곳에서 계획했던 일정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이 납부한 대학 등록금이 제 값어치에 상관없이 현재의 시스템이 돌아가야하는것이 모든 것에 최우선되는 현실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으로 분류되는 현재의 대학생은 사실상 불만을 표시할 수 있어도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수는 없다. 정말로 그것을 얻고 싶다면, 모든 학생이 일치단결하여 단체의 힘을 보여줘야만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사회는 이미 모두가 갑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체제의 한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작 언론 기사에 덧글로 화를 내는 짓 밖에는 하지 못하는데 그 짓은 0.1g의 효력도 갖지 못한 헛짓거리에 불과하다.

 

* 유사 이례로 이 땅에서 밑으로부터 위로 올라간 개혁이 있었는가? 되짚어봐라. 쉽게 말하면 천민이 주도하는 반란으로 왕을 비롯한 귀족의 목이 잘려나간 적이 있었는지 찾아보라는 말이다. 단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성공할뻔했던 동학농민운동도 주도 세력은 지방의 양반이었기에 명분과 대의를 내세워 성공 직전에 무산되었다. 그 결과 나라를 잃었고 우리는 수 백 년의 시간을 갈등과 분란으로 허비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끼리 단합하지도 못하면서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이 나오는 것은 사실 시간낭비이다. 그저 똘똘한 사람들이 먼저 휴학해서 그 불공정과 부조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인 상황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휴학'을 권했던 이유다.

 

▲ 이미 사회의 시스템 안에 들어와있으면서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을 깨버리려는 움직임마저 결속력이 약하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저 귀족들의 술자리에서 춤이나 추는 무희의 몸짓이나 인형극 속 광대의 손짓에 불과할 뿐이지. 그 술자리에 앉아있는 귀족들은 무희와 광대의 버둥거림에 무슨 위기 의식을 느끼겠는가?

 

또 다른 현실

 

시간은 가만히 둬도 흐르고, 사람은 잠만 자도 나이를 먹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휴학보다 정해진 스케쥴을 소화하는데 열중해야만 했다. 애초에 대학교의 의미 자체를 졸업이라는 관문을 거쳐서 취업이라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 정도로 취급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이다. 이런 상황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여년이 흐른 필자의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의 대학은 기본적인 소양을 넘어서 좀 더 깊은 사색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기 위한 별도의 교육 과정이다. 상아탑이라는 옛 말을 고리타분한 틀딱의 헛소리라고 치부한다면 다른 의미도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동일 집단이 마지막으로 작은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필자는 두번째 의미에 대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더 두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학은 그 기능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

 

한 마디로 등록금을 내고 한 학기를 다녀서 8학기 과정 중 1칸을 소화하는것 외에는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8학기를 수료하고 졸업장을 받은 뒤 바로 취업으로 나가는 과정이 확실하게 잡혀있는 사람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수 백만원을 쌓아놓고 라이터 불로 태우는것과 다를게 없는거지.

 

왜 휴학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가? 난 그것이 안타깝다.

 

세상 그리고 변화

 

사회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보이는게 있더라. 학벌이 좋다고 성공하는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처럼 사는 사람들 중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을 뿐이다.

 

마흔쯤 넘어가니 40이 인생에 지표가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기준에서 세후 월 천 만원 이하는 그냥 다 노예다. 연애는 가능해도 결혼은 양심없는 짓에 불과한 노예. 공부를 못해도, 학벌이 나빠도 잘 사는 사람은 그냥 잘 산다. 얼마전에 LH 공사 직원 중에서 한 명이 공부 못해서 못 들어오고 열폭한다는 글을 적었다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을 들어가봐야 고작 그 수준인거다. 저게 일반적인 노예의 모습이지.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학생, 중고등학생들은 그 변화를 대비할 수 있는 젊음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왜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살려고 애를 쓰는가?

 

지금 세상을 둘러봐라. 누가 학벌과 학력으로 돈을 잘 벌고 살아가고 있는가? 대학교를 통해서 배우는 지식과 인맥으로 평범한 삶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경우는 전문직에 불과하다. 그 외에는 지식이 아니라 인맥, 아이디어, 패기가 좌우한다.

 

그런데 현재의 대학은 교수와 시스템 모두 2~30년전에 고여있어서 다가올 미래를 살아가야할 젊은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낭비지. 황금같은 20대 초중반을 30년전 시스템에 적합한 노동력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너무 대학이라는 틀에 얽메이지 마라. 수 십, 수 백만명이 똑같이 걸어가는 그 길을 같이 걸어가려고 휴학을 두려워하지마라.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이 없다는건 살면서 별로 불편할게 없다. 굳이 꼽자면 1금융권에서 원하는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것 정도겠네. 그 정도의 불편함 외에는 사실 편하다. 소득은 대학교 졸업장과 무관하거든.

 

* 나중에 회사라는 조직에서 직원을 뽑는 위치가 되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스케쥴에 맞춰서 간신히 살아온 지원자는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뽑아봐야 시키는 일만 하다가 때되면 해고 대상이 될 뿐이다.

 

공정과 정의

 

지금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이 점화되는 이유는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던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에 기대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 즈음에는 그런 것들을 믿었기에 이해는 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탐욕이 원동력이 되어 수 백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게 현재의 세계이다. 지금의 상태를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운 사건들은 모두 인명을 살상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런 체계에서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는다?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그것들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존재했다면 지금 우리는 아직도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비약이 아니라 현실이다.

 

모든 구성원이 단합해서 권력에게 단체의 힘을 보여줄 생각이 아니라면 각자 도생하는 길을 찾는게 나을 것이다. 그나마 이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체계가 반쪽짜리지만 잘 굴러가고 있거든. 자유와 민주는 몰라도 돈은 믿을 수 있는 세상.

 

* 의사들은 그런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다. 욕은 먹지만 잃는게 없는 상황이지. 대학생들아, 민주주의가 뭐가 좋은지 알아? 의사도 1표, 학생도 1표, 거지도 1표라는거다. 그걸 권력으로 휘두를 수 있을때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되는 것이다. 전쟁을 할거면 이길 생각으로 전략을 짜라. 언론 기사에 화를 내듯이 징징거리지 말고!

 

힘이 없는 외침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논란은 어떤것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작년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2020년 2학기부터는 그냥 휴학하고 코로나19가 끝날때까지 버티라고!!!

 

사족

 

지금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무엇인지 아는가? 코로나19니까 대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해고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논란도 될 수 있고, 사람들이 분노도 하겠지만 거기까지가 끝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답은 '휴학'이었지.

 

지금 학생들이 진짜로 해야되는 말은 '학교에서 학생의 휴학을 강제로 막고 있다.' 며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없애자는 뜻으로 학비를 돌려달라고 떼를 쓸 때가 아니란 말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직원으로 새로 뽑으면 왜 복사부터 시키는지 알아? 학생들은 시스템이니, 체계니, 조직이니 하는 것들을 모르거든. 1월에 세운 일정을 바꿀 수 없어서 예정된 등록금을 받아야만 유지되는 학교라는 조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지. 또한, 직원에게 월급을 적게 주는 일은 쉬워도 지급된 월급에서 차액만큼 소급하는 일은 어렵다는걸 모르기 때문이지. (이미 주머니로 들어간 돈을 다시 밖으로 꺼내는 일은 아예 주지않는 것보다 더 큰 저항을 불러온다.)

 

투표권을 모아서 권력과 협상을 할 자신이 없다면 각자 알아서 살 방법을 궁리하는게 현명하다.

 

※ 명심해라. 지금의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핵심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 괴리가 크다. 그리고 그 괴리는 결국 조직과 공동체의 생리에 의해서 좁혀질 것이다. (힘이 더 약한 사람의 주장을 묵살하는 것으로 끝나겠지. 그것이 큰 의미에서 체제와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데 있어서 훨씬 적은 저항으로 마무리 될테니까.)

 

※ 아... 필자는 고작 블로그에 잡담이나 적는 실패한 인생이다. 성공한 인생이었다면 이런 글을 쓰겠나? 남이야 당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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