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시 재응시 절대 반대 (feat. 신분제 계급 사회)

Think|2020. 9. 28. 14:39

필자는 의사 협회와 정부의 힘 싸움에 대해서 관망하는 자세를 택했다. 현업 종사자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묵살되고 정부의 입장이 강요되는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협의 투쟁이 부정적인 여론에 뭇매를 맞을때도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그런데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운운하며 이 투쟁에 뛰어들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현업 종사자도 아니고 그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정부 투쟁에 뛰어든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저들은 귀족이었구나' 였다.

 

이 땅의 역사에서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동학농민운동으로도 깨지 못하고 식민지 시대와 타국의 힘에 의한 강제적 해방을 통해서 철폐된 신분제 계급 사회의 체계가 아직도 남아있었던 것이다.

 

*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선 현장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6개월 이상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힘겹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4월이었나? 필자가 인력을 박박 긁어모아서 3교대를 돌리자고 했었을때 정부도 그럴 예정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말 잘 듣는 의료진들을 강제로 희생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을 적기가 미안하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의협 투쟁 과정에서 의사 국가시험(국시) 접수 일정을 일주일 연장하면서까지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응시율은 처참한 수준이었고 그들은 투쟁을 이어갔다. 이후 의협과 전공의들이 정부와 타협점을 찾으면서 의대생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이에 그들은 '의사 국사 재시험'을 요청하고 있다.

 

그들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귀족 자제로 살고 있는건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2020년 국시 응시 대상은 평생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시험이 타협에 의해서 다시 치뤄진다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귀족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사실은 또한 비록 신분제 계급 사회가 타의에 의해서 해체되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체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부와 의사, 의료계는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내세우고 뒤에서는 귀족 계급 사회를 만들어놓고 있었다는 것은 내란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몇 백년 전에 타국에서 벌어졌던 시민 계급과 귀족 세력의 무력 충돌이 이제 이 땅에서도 일어나야 할 때가 되는 것이다.'

 

의사 국시의 문제점을 스스로 밝힌 의대생들

 

필자는 처음에 왜 학생들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가 고시 일정까지 물고 늘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학생들이었거든. 밥그릇 싸움이 목적이었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대두될만큼 중대한 결격사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인격체가 과연 타인을 치료할 수 있는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들의 투쟁이 이해되는 폭로가 나왔다.

 

의사 국시 실기는 그룹으로 시험을 보는데 순서대로 치뤄진다고 한다. 즉, 1번 그룹이 시험을 치르고 그 정보를 후발대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런데 투쟁 과정에서 1번 그룹의 일정이 지나가면서 후발대가 그냥 시험을 치르게 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1번 그룹의 일정을 미루기보다 후발대의 일정부터 소화한 뒤에 선발대를 마지막에 붙여서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수석, 차석들의 믿을만한 족보를 받을 수 없게 된 의대생들은 선발대부터 순차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쪽으로 요구를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의사 국시 재응시 논란의 본 모습이었다.

 

'귀족 계급' 맞네

 

국가가 1년 동안 뽑아야되는 의사는 3천명이라서 응시자 중 합격률이 90%에 달하는 의사 국시. 그 이면에는 국가 자격 시험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뢰성마저 포기한 불공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썩어빠진거냐?

 

의대생들에 의해 정부가 힘을 얻다.

 

이 글을 적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생각이 바뀌었다. 정부의 생각이 맞았네. 응시인원 3300명 증 합격자 3000명인 국가 자격 시험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 3배수의 사람이 응시하고 그 안에서 정확한 자격 검증이 이루어지는게 맞다.

 

물론 정부가 내 놓은 안이 얼마나 잘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행정이라는건 결국 관료주의에 의해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고작 5년짜리 정권이 아니던가? 이런 나라에서 행정이 공정하고 효율적이기를 바라는건 너무 무식한 기대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를 통해서 결국 의협의 요구 조건 4가지는 모두 힘을 잃었다. 애초에 4가지 중 뒤에 2가지가 들어갔을때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참고 넘겼는데 속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나니까 이건 썩은 계란이 깨진 느낌이다.

 

구린내가 너무 나네

 

결국 필자는 이 글을 적기 시작할때와 다르게 강경한 입장을 갖게 되었다. 2020년 의사 국시 재시험은 절대 불가, 나아가서 2020년 응시 대상자는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족

 

처음부터 들었던 궁금증이 있다.

 

'왜? 투쟁을 한 것인가?'

 

현업 종사자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행동도 아니었는데 왜 시작을 한 것인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던 학생들은 일단 시험을 보고 자격을 획득하는데 매진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1순위 선발대의 일정도 소화가 되었을테고 후발대도 편하게 자격을 얻어 의사 가운을 입었을텐데 왜 그랬는가?

 

의대 진학자라면 최소한 국내에서 상위권 성적을 가진 사람들일텐데 판단력이 그것 밖에는 안 되는가? 고대 사회에서 음서제도로 관직을 얻는 귀족 자제들이 스스로 밥상을 엎은 격이 아닌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체제에서 집단의 이익을 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강력한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들이 보였지만 그들의 싸움이라고 단정짓고 관망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정부의 원래 안인 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맞는 것이었음을 아직 자격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스스로 밝힌 꼴이 되었다.

 

* 의과 대학 재학생은 아직 의사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서 집단 행동을 할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겠다는 이유로 국가의 의료 시스템 상의 헛점을 무기로 삼아 절차를 무너뜨렸다. 이는 사실 중대한 범죄 행위다. 의사 국시의 재시행이 문제가 아니라 저 집단 행동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현실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부가 집단과 귀족 계층의 이익을 위해서 이 부분에서 타협한다면 지구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이 땅에서 다시는 권력을 잡지 못 할 것이다. 이미 충분히 무능했고 충분히 폭력적이었기에 여기서 계속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면 회생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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