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범생 후기 : 취지가 좋다고 용서가 될 수 없다.

Movie|2019. 6. 24. 15:04

세계 최초로 10대 청소년과 어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을 벗는 장면을 하나도 넣지 않고 만든 초 저예산 영화 모범생 후기입니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내용으로는 취지가 좋아서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출연을 결정해서 제작됐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루트에서 노출이 없이 10대의 문제를 다뤘다는 평을 많이 봐서 작품성은 뛰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봤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후기를 남겨보네요.

 

결론부터 짚고 넘어가면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돈 받고 파는 상품을 대충 만들면 안된다.'로 정의하고 싶네요. 평점은 따로 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용기도, 희생도 없이 작가와 감독의 소신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니까요.

 

* 개인의 소신을 상품화해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겪어야될까요? 좋은 취지라고해서 너무 미화되는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습니다.

 

▲ 마지막에 주인공이 옥상에 서 있는 장면입니다.

 

사실 영화 모범생의 이야기를 이루는 커다란 뼈대들, 설정들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학업성취도로 학생을 구분짓는 설정이나 사회적 약자와 상대적 약자 사이에서 법이 보여줄 수 있는 창피한 모습들,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뀌는 현실적인 내용들,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정작 부모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엘리트의 모습까지 인상적이었지요.

 

다만, 그것을 풀어내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구조, 배우들의 연기력, 촬영 각도, 화면 구성 등이 요즘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A급 결과물보다 수준이 떨어졌다는게 문제입니다.

 

적나라하게 풀자면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한것보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했어요.

 

결국 좋은 재료를 갖고 수준 이하의 음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교 2등 하늬, 엄마가 판사, 일명 붉은여우로 10대 친구들을 불량 팸에 알선하는 역할>
<전교 1등 은별, 홀어머니와 가난하게 사는 모범생, 얼굴 말고는 한게 없었다.>

 

불량 팸에게 친구들을 소개해서 넘기는 붉은 여우로 활동하는 하늬와 세상 물정 모르는 범생이 은별이가 주인공입니다. 사실 이 작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좋은 말을 쓸 생각이라면 이 두 사람의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고 파는 거래에 무방비로 내던져지는 10대들의 현실'

'경제적으로 불우한 가정과 정신적으로 불우한 가정의 대표'

 

이런 부제를 가지고 글을 한 바가지는 적을 수 있을것 같네요.

 

하지만 이 작품의 메인은 실태 고발 이전에 확산력에 있어야됩니다. 좋은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면 상업적인 재미는 포기하더라도 작품성은 갖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없었다는 점이죠.

 

▲ 두 사람이 재판을 받는데 진짜 피의자는 피해자가 되어 그들을 단죄하려고 하고 있는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낙인찍힌 10대들의 모습입니다.

 

사실 영화 모범생의 가장 큰 헛점은 바로 포커스가 잘못됐다는데 있습니다.

 

애초에 10대와 어른 사이에 불미스러운 거래 전체를 놓고 조명했기에 중심을 사이에 두고 겉돌았다고 보는게 맞다. 내가 본 작품의 중심은 '비상식적인 매수자의 행위에 방어막 하나없이 마주하고 있는 10대 여학생' 이었어요.

 

이 문제로 재판이 벌어지고 사회의 어두운 면, 법의 이중성과 제 기능을 못하는 공권력까지 보여지게되는게 핵심이죠. 그런데 이 중심 축을 '모든 거래'에 대해서 비추다보니 산만하고 어지러웠어요. 감독도, 작가도, 배우도 모두 횡설수설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어요.

 

좀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주제에 집중했다면 최소한의 상업성과 준수한 작품성은 잡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모습이 현실인데 80년대 감성을 담다보니 안타까웠다.

분명 10대와 어른 사이에 돈을 주고 받으며 벌어지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 맞죠.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온 매수와 매도 행위를 어떻게 끊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단순히 남자들에게 '사지마'라고 말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애초에 세상에 '잘 보여지고 싶었던' 그림에 지나지 않는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난 차라리 작품 속 주요 사건에 집중했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원천적으로 두 세대 사이의 거래를 근절할 수 없다면 '불법적인 행위를 빌미삼아서 가해지는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이는 단순히 10대 여학생뿐 아니라 소위 '각목'이라고 불리는 폭력 및 금품갈취 행위로부터 매수자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 단지 불법으로 모든걸 짖이겨버리는 상황때문에 모든 당사자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 저항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했다는데 큰 실망감을 남겨봅니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으면서 입만 살아서 날뛰는 키보드워리어들의 숙제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영화 모범생 속 은별은 '잘 팔릴만한 외모'를 가진 아이였죠. 그런 아이가 옆에 앉아서 술만 따라주면 1건당 10만원씩 준다는 말에 이 일을 시작했다는게 말이 되나요? 애초에 시작부터 너무 순진한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회고발의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직접 이 공간에 적을수는 없지만 현실은 공포영화인데 작품은 동화로 만든것 같아서 아쉽다.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도 부족했지만 가장 답답했던건 현실은 정말 심각한데 '매수자는 정말 나빠요' 빼애액 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는 것이다. 잡을 수 없고 막을 수 없다면 관리하고 보호할 생각을 해야되는데 '절대 불가'만 외치며 매도자, 매수자 모두 위험한 상황을 방치한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제 생각이 사회고발일까요? '모든 매수자는 나빠요'라고 외치고 싶었던 영화 모범생이 사회고발일까요?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취지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영화로서의 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없지만 다음에 또 비슷한 종류의 작품이 나온다면 올바른 소신을 제대로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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