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 피해보상 문제로 해양수산부에 민원신청 했네요.

Life|2019. 9. 23. 16:49

2019년 추석 직전에 한반도로 찾아온 태풍 링링, 여느때와 다르게 서해를 타고 올라오면서 우리나라를 중심의 오른쪽에 두고 이동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줬습니다. 특히, 비보다 바람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가을, 추수철, 명절 대목 직전이었던 1차 산업 종사자들의 삶이 흔들릴 정도의 피해를 입혔는데요.

 

당시에 저희 부모님 생업이 서산, 태안 지역에서 맨손어업이라 걱정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100kg에 육박하는 건장한 남자인 저 조차도 이따금씩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거든요. 그래도 지붕도 날아가지 않았고, 별다른 물리적 피해가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추석 명절을 보냈는데요.

 

추석이 끝난 뒤 느낌이 이상하셨는지 아버지가 굴 틀에 가보셨는데 1달 전에 작업했던 굴 포자들이 모두 소실되거나 망실되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다른 어른들도 다 자신의 틀에서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어서 수협 측에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지 문의를 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제가 어머니께 이 소식을 들었을때는 이미 다들 회의적인 결론을 예상하고 있어서 저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해양수산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 피해 접수를 받고 27일부터 본격적인 보상에 들어간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민원을 넣어놨습니다.

 

'우리 지역의 피해 접수 내역이 있는지, 없다면 지원을 받을 방법이 없는지 회신을 달라.'

 

▲ 태풍 링링의 경로입니다. 서, 태안 지역을 중심 오른쪽에 두고 북상했죠. 인명 피해가 없었고 집이 파손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내년에 깔 굴의 포자를 모두 잃었네요.

 

사실 이번 사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지 않으면 사실상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풍수해에 대해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인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데요. 맨손어업의 특성상 특정 시기가 지나면 아예 복구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혹시나 싶어서 해양수산부에 민원을 넣어 본 것입니다.

 

수 십 억대 피해가 발생한 대규모 양식장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피해겠으나 지역 거주자 대부분이 11월 ~ 4월까지 굴을 까서 생계를 유지하고, 그 준비를 여름내내 하기 때문에 거의 6개월 소득을 책임지는게 굴입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60대에서 80대에 주민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중요한 일이죠.

 

* 굴 생산으로 얻는 수익에서 포자 구입비를 빼면 정말 규모는 작습니다. 노동력, 시간(2년)은 포함하지 않은겁니다. 그저 김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자연스럽게 다들 굴을 키워서 까기 시작하는 거죠. (아마 인건비, 시간까지 합치면 최저 수준 수익에도 한참 못 미칠겁니다.)

 

그래서 솔직히 부모님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4~50대만 되더라도 민원까지 넣지는 않습니다. 버티면 버틸 수 있죠. 그런데 이제 연로하신 분들입니다. 굴 농사도 육체적 한계로 인해서 줄여가는 상황인데 다른 대안책을 찾는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면 올 해 겨울, 내년 겨울을 중심으로 6개월간 소득이 끊깁니다.

 

2007년 태안기름유출 사태 보상을 떠올려보면 맨손어업 특성상 피해 산출이 쉽지 않아서 실제 피해금액보다 훨씬 적은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의 지원이라고 있어야하는 상황이라 민원까지 제출했네요.

 

▲ 8월 초에 더위 먹어가면서 3일간 바닷속에 넣어놓은 굴 포자들입니다. 10개씩 2묶음으로 연결해서 걸어두면 내년 4월까지 굴 씨앗이 자라게 되고, 그걸 한 줄씩 떼어서 틀에 달면 씨앗에 알이 굵어지면서 굴이 성장하죠. 그걸 손수 다 걷어와서 도구를 이용해서 까고, 물에 잘 씻어서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포자 묶음이 떠내려가거나 사진처럼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참고로 농사는 타이밍입니다. 벼를 예로 들면 7월에 모 심으면 9월에 수확할 수 있나요? 내년 9월에는 되나요? 둘 다 안됩니다. 이 포자도 7월에 넣고, 다음해 5월에 하나씩 분리해서 달아놓고 그 해 11월부터 까는겁니다. 저게 망가졌으면 내년 농사는 끝난거죠.

 

풍수해 보장을 준비하지 않아서 피해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서산시청, 수협 등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이미 지난 일이더군요. 그 때만 반짝 신경쓰고 지나가고, 명절 보내니 10년전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해수부에서 재난지원금 집행한다니 아주 조금 희망을 걸고 민원을 넣어봤습니다.

 

내가 걱정하는 유일한 한가지

 

예전에 국유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들의 땅 매입 문제로 기획재정부에 민원을 넣은적이 있습니다. 바로 홍성에 있는 충남도청 토지과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하더군요. 그리고 '난 바쁘니 니가 서류 다 받아서 가져다 달라, 네가 민원 넣었잖아'라고 하더군요.

 

이번 민원도 저렇게 처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최소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 지역 방문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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