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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프리 (plastic free) 시작하는 방법

Life|2019. 7. 19. 15:36

2018년 어느날 공중파 방송국에서 제작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아주 잠깐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에 관심을 갖고 시도했었는데요. 한 여름이라 더운 날씨와 부족한 정보, 과도한 욕심 덕분에 1달도 유지하지 못하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여름의 어느날 kbs 스페셜에서 방송한 쓰레기 처리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습니다. 중국이 더 이상 외국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며 공표한 이후 매수자가 사라진 대한민국 재활용 업계는 쓰레기 수거를 거부했었죠. 아파트 단지가 쓰레기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필리핀, 인도 등에 재활용이 가능한 폐품을 수출한다는 명목으로 소각 처리밖에는 할 수 없는 일반 쓰레기를 넘겨버렸습니다. 그 두 나라는 한국보다 행정력이 뛰어났던지 1년도 안되서 문제를 발견하고 현재 하나씩 반품하는 중이라네요. (창피하다 못해서 수치스럽네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재활용되지 않고 한 묶음으로 포장되서 일반쓰레기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재활용 처리가 가능한 것들은 색깔이 없고, 이물질이 없는 건조된 상태의 쓰레기뿐이라더군요. 그 외에는 분리수거통에 넣더라도 그냥 다 소각처리를 해야된답니다. (그걸 다시 분류하고, 세척해서 건조한 뒤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포장해서 파는데 들어가는 돈이 수입보다 많아서 아무도 안한다네요.)

 

일부 깨끗한 플라스틱의 경우 고체연료로 재활용되지만 그 연료를 사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턱 없이 부족하고 주민들이 건설 자체를 반대하다보니 재고만 쌓여가서 고체연료 생산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접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최소한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제 생각과 많이 달라서 플라스틱 프리 (plastic free)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찾아봤는데요.

 

막상 찾고보니 대한민국 사람들의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은 챌린지라는 유행을 타고 텀블러, 에코백, 고체샴푸 등을 판매하는 장사꾼들만 득실거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시작 방법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 이번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로 마음먹고 현실을 똑바로 보니 가장 눈에 보이는건 바로 '상품' 이었습니다. 생수, 탄산음료, 생필품, 양념 포장재, 비닐 포장재, 물통 등 거의 모든 것들이 plastic 이었습니다.

 

이걸 하루 아침에 안쓰겠다고 선언한다고 달라질게 있나요?

 

실천할 수 있는것부터 시작하자.

 

마음을 먹었다고 칫솔을 나무로 된 제품으로 바꾸고, 멀쩡한 샴푸를 버리고 고체샴푸를 비싼값에 사서 교체하려고 욕심부리지 마세요. 일단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정리해서 시작하시는게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간장, 고추장, 된장은 어떻게 할건데요? 장독에 담아서 파는 가게가 그리 흔한가요? 칫솔은 한번 사면 몇 달은 쓰는데 갑자기 쓸만한걸 버리면서까지 나무칫솔을 쓰는게 옳은 걸까요? 샴푸용기는요? 쉽게 바꾸기 힘든 것들입니다. 하다못해 양념통 하나도 플라스틱인데 10년은 쓰잖아요. 그걸 그냥 버리면 그게 더 공해랍니다.

 

명분도 없고, 지속력도 없는 허세 부리지말고 기존 생활패턴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줄여나갈 것들을 정리하는게 좋습니다. 제 경우, 탄산음료 끊기, 생수 대신 물 끓여마시기, 배달음식 먹지말기, 야채와 곡물은 비닐포장이 아닌 것으로 구매하기 정도네요. 이것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다 떠나서 치킨을 시켜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한다니 끔찍하네요.)

 

* 오늘 이마트표 김밥이 너무 땡겨서 갔다왔는데 90%는 쓰레기에 포장되어 있더군요. 그나마 과일, 우유, 빵 정도가 내가 따로 용기를 챙겨가면 비닐 포장을 하지않고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쌀 같은 곡물은 종이로 포장된 10kg, 20kg짜리를 구매하면 되겠네요.

 

제 경우 체중 감량도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탄산음료와 배달음식을 소비하지 않는건 자신이 있네요. 물은 원래 수돗물을 끓여서 식혀먹었습니다. (보리차, 녹차는 물이 아닙니다.) 상수도 관리가 잘 되어있는 지역이라면 수돗물을 받아두고 좀 놔두면 약품이 다 날아가서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 한번 끓여서 불안함을 좀 덜어내는것 뿐이에요.

 

▲ 유난히 유리와 도자기로 만든 컵을 좋아하고 텀블러를 애용하다보니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쓰지않는건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위 사진은 제 것이아니라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전 투명한 유리컵이 더 많습니다. 크기, 종류, 모양별로 모으거든요.)

 

에코백의 경우 차후 구매를 하게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집에 쌓여있는 종량제 봉투(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때 돈을 내고 사용하는 비닐봉지)가 많아서 그걸 하나씩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마트나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종량제를 사다보니 너무 아까워서 올해 초부터 집에 굴러다니는 봉투를 뒷주머니에 넣고 슈퍼마켓을 다니고 있어요.

 

샴푸, 양념통, 생필품 등은 당장 다 내다버리고 플라스틱이 아닌 것들로 채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건 위에 말한 실천 항목을 1년 이상 지속해서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을때 하나씩 시도할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 바꾸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몇 달 이상은 사용하다가 버리기 때문에 배출되는 빈도수가 높지 않아서 당장 급할게 없습니다. 또, 플라스틱을 대체할만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것도 아니기에 당장은 실천하기도 어렵지요.

 

▲ 요즘 플라스틱 양념통이 낡아서 고민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유리병 용기로 다 바꿔야겠습니다.

 

전 일단 이런 부분만 실천할 생각입니다. 불필요한 과식도 피하고, 지출도 피할 수 있겠네요. 원래 쓰레기 배출양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생각을 했던지라 바꾸고 고칠 부분이 별로 없어요.

 

제가 배출하는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게 배달음식 일회용 용기, 탄산음료수의 페트병, 군것질의 비닐 포장 정도였는데요. 아무리 씻어서 분리수거를 한다고해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니 아예 끊어야겠습니다.

 

사실 제가 분리수거를 잘 한다고해도 이웃(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막 버리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거든요. 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음식이 담긴채로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고민이 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냥 소비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겠어요.

 

솔직히 콜라, 사이다 안 먹고 배달음식을 안 먹으면 제가 건강해질뿐이지 불이익은 없잖아요. 손해보는 일도 아닌데 한번 건강을 생각해서 plastic free 운동에 발을 담가봅니다.

 

1년쯤 실천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제 식습관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죠. 그때가 되면 칫솔이나 샴푸, 일회용 면도기를 비롯해서 생필품 전반에 대한 대체제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또 간장, 고추장, 오일류 등의 요리 재료들도 원래 상태 그대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아서 구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1년 혹은 2년의 유예기간을 둔 이유는 경제에 참여하는 생산자에게도 변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족

 

제 부모님은 제가 배달음식을 먹고 난 뒤에 비닐과 스티로폼, 랩 등을 다 분류해서 깨끗한 물로 씻어서 배출하는걸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가져가면 알아서 다 치울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핀잔을 주시지요. 하지만 전 부모님을 변화시킬 의사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니까요. 제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참고로 전 지구를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이 나라의 자연을 위해서 플라스틱 프리를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제 건강을 위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매주 버려지길 기다리는 음료수병과 생수병들, 비닐로 가득찬 쓰레기통을 보면서 제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입니다. plastic free라는 그럴듯한 단어를 앞세워서 내가 득을 보려고 이런 실천을 시작했지요.

 

지구를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자연을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 정치인, 기업, 소상공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소신만으로는 바꿀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에 사회 구성원 전체의 희생과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으나 결국 '돈' 문제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익도 없는 환경문제에 국민들이 내는 눈 먼 돈을 쓰려고 할까요? 다음번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 지역구에 도로를 정비해주고, 보도블럭을 새로 깔아주고, 노인정을 새로 지어주는게 더 도움이 될텐데요? 이게 현실입니다.

 

전 그냥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플라스틱 프리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이 글을 보는 다른 분들도 시작하려고 한다면 원대한 계획 대신에 진짜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보호 외에 내게 득이 되는 명분이 있는 실천 항목부터 찾아서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시작해야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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