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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캠핑클럽 : 힐링과 사람사는 이야기

Enter.|2019. 7. 23. 12:02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 가요계에 양대 걸그룹이 있었습니다. 바로 핑클과 SES죠. 당시 저는 유진 팬이었기에 (올리비아핫세의 위엄) 사실 이효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룹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죠. 사실 얼마 전까지만해도 1세대 걸그룹 중 제일 자연스럽게 나이들고 예쁘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던게 SES였습니다. 그런데 JTBC 캠핑클럽을 본 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 유수영씨 문제만 없었다면 캠핑과 관련된 예능을 그녀들이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1회를 띄엄띄엄 본 후 2회를 본방사수하고 지금은 3회를 기다리는 중이네요. 팬도 아니었고 딱히 예뻐서 좋아하지도 않았던 걸그룹인데 40대가 되고 결혼을 한 유뷰녀 (옥주현씨는 제외) 4명이 청춘을 함께 보낸 동료들과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예쁘고 보기 좋았습니다.

 

사실 인기 걸그룹 출신이 아니었다면 3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가는 40대 여성분들이 저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전 비록 독식남이지만 30대 여동생이 아이를 키우며 10년 가까이 아이와 집에 묶여사는걸 보면서 이런 예능이 현실에서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 그들이 머무르는 장소 하나하나가 모두 힐링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한편으로는 10대, 20대때 저렇게 추억이 많은 친구를 갖는것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곳에, 멋진 모습으로 찾아가서 즐기는게 예쁜게 아니라 그런 친구들과 함께 였기에 예뻤다고 생각해요.

 

캠핑클럽, 가만히 생각하니 그룹 이름이 가운데 들어가있네요. 작명 센스가 참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방송의 의미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온라인게임, 유튜브 동영상 등에 매몰된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것이 '사람'이라는걸 보여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사각형 (집,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등)에 갇혀서 살면서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 '인간관계'가 이 인생의 열쇠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예능을 보면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것 같아서 오글거리지만 제가 이 방송을 기다리는 이유라서 적어봅니다.

 

또한 솔로 활동 및 소길댁으로 활동했던 이효리,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옥주현, 배우로 여러 작품에서 출연했던 성유리와 달리 그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진씨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캠핑클럽을 보면서 제일 웃겼던 감정은 '안도감' 이었다.

 

개인적으로 핑클을 알고 지낸것도 아니고, 좋아한것도 아니었는데 이 예능을 보면서 묘하게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성유리와 정려원이 예능을 찍은적이 있는데 그 방송을 보고 좀 걱정스러웠거든요. 유쾌하고 밝고 안하무인일것 같던 두 명의 외모 담당 여자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어두운 부분으 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방송을 보고 멤버들과 대화하는 성유리씨를 보니 '저 분도 사랑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면식은 없지만, 개인 사생활은 모르지만 '사랑을 하는구나' 라는 느낌. 괜한 안도감 같은걸 느꼈어요.

 

JTBC 캠핑클럽은 화려한 연예인들의 특별한 외출이 아니라 이런걸 느끼게되는 예능인것 같습니다. 장비와 화면, 장소 등 많은 것들이 일반적으로 구비하기 힘든 것들이지만 중요한것은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있는거죠.

 

※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예능을 보면서 부러움보다 그들의 대화에 더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 와중에 성유리씨가 스냅으로 찍은 이효리씨 사진, 잘 찍네요.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인생샷을 남기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사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좋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장소보다 그들이 모여서 여행을 갔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저 장소들은 이제 저 모습이 아닐테니까요.

 

이미 취미로 캠핑을 즐기던 분들은 자신이 애정하던 장소가 방송에 소개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 몰려들테고 그럼 쓰레기 문제가 생기고, 아직 시간을 흘려보내는 여가를 즐길줄 아는 인구가 적은 상황이라서 술판을 벌이고 고성방가가 터져나오겠죠. 가족끼리, 연인끼리 엄청난 양의 음식과 식재료를 싸들고와서 먹고 마신 뒤 쓰레기를 방치하고 늦게까지 취해서 잠들어있는 풍경이 흔하니까요.

 

방송에 소개된 저 풍경들은 이제 몇 년은 보기 힘들겁니다. 그것이 이 예능에서 유일하게 갖는 아쉬움입니다.

 

사족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캠핑클럽이 분명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테일한 말 한마디, 그들이 걸치고 나온 것들, 먹은 것들, 머무른 장소에 집중하기보다 더 좋은 것으 찾아보는게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1회까지는 그냥 볼만했는데 2회에 이동 중 들었던 90년대 음악들이 너무 인상적이라 이 글을 남겨봅니다. 추억 소환이었네요. 쿨의 송인을 기억해내고 바로 한 장의 추억을 검색해서 다운로드를 받았지요. 많은 분들이 여름에 들을만한 신나는 곡을 부른 혼성그룹으로 기억하는 쿨은 제게 있어서 발라드 명가였거든요. 20년 가까이 잊고 살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듣고 있습니다.

 

그 덕에 이렇게 예능을 본 후 잡담도 남겨보네요. 다른 분들도 자신에게 의미가 되는 무엇인가를 이 예능을 통해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예능이네요.

 

※ 참고로 편집이 잘 됐기에 캠핑이 엄청 쉬워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동중인 차량을 풀샷으로 잡은 화면을 보시면 뒤에 따라오는 스태프 및 짐 차량을 볼 수 있어요. 앞, 뒤로 제작진 차가 막아주고 이동한겁니다.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에요. 특히 캠핑용품 조립하고 분해해서 다시 정리하는 일은 '짜증'을 동반하는 작업이랍니다. 평소 즐기는 사람이라도 힘들죠. 그래서 무작정 도전하는 분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할때는 간단히 텐트와 버너 1개부터 시작하시길 권해요.

 

(제가 DSLR 세트를 들고 여행을 다니는데 그걸 쉽게 보는 경우를 종종봐요. 장비만 20KG 가까이되고 렌즈 교환식이라 계속 렌즈를 교환해주면서 촬영합니다. 하나의 장소에서 보통 4~5시간 머무르며 사진을 찍어요.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 무게만 5~6KG, 백팩, 기타용품 수납용 배낭, 삼각대, 릴리즈까지 챙기면 정신이 없습니다. 캠핑은 잘 모르지만 저도 비슷한 취미가 있기에 사족으로 남겨봤습니다.)

 

어쨌든 이제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됐네요. 스페인 하숙 이후로 좋은 예능을 만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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