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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은 십년대계 입니다.

Think|2020. 8. 11. 19:32

이번 정권 들어서 집 값을 잡겠다며 연일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되레 집 값은 폭등하며 정책 실패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그 원인은 문정권 초창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청년, 고용 문제의 당사자가 현실을 제일 잘 알고 있다면서 사회초년생 공무원들을 배치해서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도록 했었지요. 그들이 내놓은 것을 읽었을때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필자는 촛불을 지지했고, 박근혜 前 대통령에게 분노했었습니다.

 

천안함, 세월호 두 사건에 대해서 분노에 찬 글을 녹색창에 적었을때 제 블로그가 그대로 검색결과에서 삭제되는걸 경험했던 사람입니다. 해당 글을 지우니 다시 보이더군요. 녹색창이 수 년에 걸친 억지 국정감사에 지쳐서 GG를 치고 과잉 충성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언론을 길들이려고 폭력을 쓰던 사람들에게 분노했고 그 결과 촛불로 인해 들어선 문정권을 지지했습니다.

 

덕분에 청년 정책은 넉넉한 인심으로 헤프닝 정도로 치부하며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리숙한 국정 운영의 결과가 지금 부동산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분들은 생각이나 하시나요?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대충 만들어서 발표하고 여론이 부정적이면 그 부분만 땜질하는 식으로 수 차례에 걸쳐서 덧칠을 하는 그들은 과연 대한민국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까요?

 

이 땅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자 생필품입니다. 그래서 얽혀있는 이해집단의 개체수가 아마 수 만 개는 될 것입니다. 1인가구, 신혼가구, 전세를 이용하며 내집마련을 꿈꾸는 가계, 결혼을 생각하는 커플들, 은퇴 세대, 자본가, 외국인 등 엄청나게 많은 집단이 집에 대해 수 만가지 꿈을 꾸지요.

 

덕분에 다주택자만 타겟으로 삼고 싶어서 만든 정책에 무주택자도 볼멘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 가진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면 되지만, 집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내 힘으로 이 생에서 집을 가질 희망 자체가 짖밟히는 일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이 분야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4년 가까이 땜질식 처방만 반복되면서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조차 안내를 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천정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중이지요. 왜? 불안하니까.

 

정책의 기본은 안정성과 지속성

 

나라의 정책이 가져야되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바로 안정성과 지속성입니다.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불만이 있어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 안정입니다.

 

그런데 여론의 반응 하나하나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해서 1달마다 바꿔버리면 누가 정책을 신뢰하겠습니까? 누가 그 시장에서 예측을 할 수 있습니까? 결국 구성원들의 불안감만 가중시켜서 폭주를 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지요.

 

부동산 정책은 십년대계다.

 

수 많은 이해집단의 입장,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계, 시장의 생리, 직접 당사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언젠가 내집마련을 이루고 싶어하는 수 많은 잠재 소비자들의 입장, 건설사, 땅 주인, 은행, 그리고 월세와 전세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까지 엄청나게 방대한 규모죠.

 

이걸 5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만한 것입니다.

 

현재 근무중인 직원들이 5년 동안 매일 야근하면서 매달려도 어렵습니다. 기본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만 5년 걸리겠네요. 시장 상황에 맞춰서 기본 뼈대를 완성하고 집단별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디테일을 붙이는데만 엄청난 시간이 걸릴겁니다.

 

최소한 두 번의 임기, 10년은 필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 싸움에 의지해서 굴러가는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단임제고 집권 세력의 권위를 위해서 직전 정권을 헐뜯고 폄하하는게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졌거든요.

 

독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는 현 체제에서 완벽한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욕심은 그만 놓아두고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네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

 

전월세는 건드리지 말자.

 

기본 뼈대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폭탄을 건드리는 꼴입니다. 월세는 그렇다쳐도 전세는 지금 건드리면 절대 안 됩니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경제성장기에 높은 금리 때문입니다.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전세를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대신 집 주인이 보증금을 먼저 주고 다른 세입자를 구하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집에서 준 보증금으로 메꾸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버렸지요.

 

기형적으로 변질되면서까지 남아있는 이 제도는 성실하게 돈을 모아 내집마련을 하고 싶은 근로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도구입니다. 일부 다주택자가 전세로 살면서 재산 증식을 한다고 정말 절실한 실제 정책 수혜자를 핍박하는건 말이 안 됩니다.

 

다주택 기준은 3채로 하자.

 

우리나라는 직장이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는게 특징입니다. 가족의 거주지와 근로자의 거주지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경제적 여건에 맞춰서 집을 두 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적폐의 굴레를 씌우지 않으면 정책으로 인한 반감과 혼란을 반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준이 완화된 만큼 증세는 확실하게 하자.

 

다주택자의 기준을 완화해서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대신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 대해서 종부세, 보유세, 양도세 등에서 증세는 확실히 해야됩니다. 하지만 증세의 정도가 과할 경우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접점을 잘 찾는게 중요합니다.

 

대출 규제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매할때는 시세의 몇 %까지 가능하고, 9억원 이하는 몇 %라는 식의 정책은 전형적인 편가르기입니다. 그렇게 갈라놓은 내 편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면서 굳이 편을 갈라서 차등 적용해야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냥 1주택, 2주택, 3주택마다 비중을 다르게 잡아주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비싼 집을 구매한다고 다른 사람보다 강력한 제제를 받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정책을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마라.

 

요즘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그렇고 조선 건국 초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개성 세력이 건재하니까 신흥 권력 집단이 판세를 전환하기 위해서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죠. 딱 그 짝인데요. 그래놓고 국민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기존 집권 세력 때리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서 환장하겠죠?

 

애초에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은 것입니다.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 주거 안정 효과를 누릴 수혜자에게 초점을 맞춰야되는데 이미 자본으로 돈을 벌며 힘을 쓰는 기득권층을 겨냥해서 정책을 펼치니까 자꾸 엇박자가 나는 것입니다.

 

※ 가방 끈 짦은 백수 나부랭이의 잡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뼈대만 좀 잡아놓고 디테일은 시장에 맡겨보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시간도 별로 안 남았고 연임은 불가능하잖아요. 조급한 마음에 실수만 연발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데이터로 남겨서 나중에 기존 제도를 보완할때 쓰면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할 말은

 

왜? 부동산을 직접 겨냥하세요? 억제와 제제가 주가되는 기조로 진행하는데 왜 직접 타격하죠?

 

이 시장이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돈 많은 사람들이 집을 많이 사 놓고 전월세를 놓으면서 자본으로 돈을 버는 것이 문제인가요? 그 사람들이 물량을 독식해서 사람들이 집이 없나요? 아니잖아요.

 

소득 늘어나는 것보다 집의 가격 상승분이 더 커서 상당수의 국민은 집을 대출 없이 구매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그 뒤에는 사람과 물자, 직장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도 있죠.

 

갑자기 갑갑해지죠? 저걸 어떻게 해결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겁니다.

 

그런데요.

 

엉뚱한 곳에서 발길질하고 있으면 축구공이 날아가는게 아니라 우리편 머리통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버는게 무슨 문제가 되요? 없는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출구조차 찾을 수 없다는게 문제가 되지요.

 

전쟁을 할거면 화끈하게 하고 그게 아니면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윤활유나 듬뿍 뿌려주세요.

 

* 이상 못 배우고, 못 나고, 게임에 빠져서 인생이 박살난 백수의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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