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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할려면 제대로 합시다.

Life|2019. 8. 9. 18:33

어제 부모님과 장을 보면서 평소 즐겨먹는 신라면을 카트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앞에 계시던 다른 고객분(아주머니)이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농심은 사면 안되는데, 다른거 사야되는데' 하시더군요. 그냥 못 들은척 넘어갔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어쨌든 워낙 온라인에서 본 말을 잘 믿는 분들이라서 이해는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해질것 같아서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운동의 핵심은 우리들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일본 기업의 경제적 타격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일본 불매운동의 핵심은 경제적 타격을 입혀서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있습니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래 동력이 사라진 (즉, 이제 망하는 일만 남아있는) 국가에서 극우 성향의 기조는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 행동이 자신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면 무조건 아베를 지지할수는 없을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행동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인 소비 거부에 있습니다.

 

농심은 한국 기업이라고 요즘 홍보한다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신라면 소비량을 줄이는게 무슨 의미가 있죠? 자본은 일본이지만 생산과 유통은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소비를 거부한다? 자국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일 뿐입니다.

 

우리가 일본 불매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부분은 우리의 자본이 일본에 넘어가는 소비 형태를 근절하려는 노력입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여행'이죠. 우리나라에 1도 도움이 안되는데 타국에는 관광수입을 올려 산업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소비입니다. 재화 부분에서는 일본에서 생산되어 완제품이 수입되는 것들입니다. 예를들면 카메라 렌즈, 바디, 자동차, 술, 기저귀, 옷 등이지요. 이런건 소비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자본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들입니다.

 

소비를 거부하려면 그들이 생산해서 우리에게 파는 상품들 위주로 거부해야됩니다.

 

※ 아이슬란드의 경우 관광객 유치로 국가가 돌아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인 '오로라'와 '설경'으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오죠. 그렇다보니 그들은 임금의 기준이 높습니다. 그리고 관광객에게 자국 국민의 생활을 위해서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광자원의 힘은 그렇습니다. 국가 하나의 체계 자체를 바꿀만큼 위력적이지요. 그 말은 지금의 우리가 일본 여행만 근절하더라도 그들은 기존 구조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해지고 망해가던 나라에 가속도가 붙겠죠. 솔직히 말해서 여행만 완벽하게 근절되어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일본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입니다.

 

완제품 기준으로 제가 소비하는 기업은 캐논 하나네요. 아주머니들이 극성스럽게 농심을 사면 안되요라고 하기 훨씬 전부터 전 완제품 기준으로 가급적 일제는 쓰지 않았습니다. 광학기기는 한국 기업의 제품이 너무 부족해서 캐논과 니콘을 사용했지요.

 

소비자가 국산 제품의 부품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본에서 생산된 완제품이 국내에 판매되는 것 중에 일반 소비자가 구입/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불매하면됩니다. 만약 그 제품의 생산공장이 국내에 있다면 우선순위를 뒤로 보내서 나중에 생각하는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롯데에 대한 생각

 

저는 롯데마트를 가지 않고 그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일 중 최악의 실수는 유신이 아니라 롯데를 키워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애초에 일본의 자본을 이용해서 국내 경제에 기생하기 위해 세워진 기업이죠. 그것도 생산 비중보다 오로지 유통으로만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나라에 해가되는 기업이죠.

 

* 원래 미국이 조선에 들어올때 롯데같은 포지션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상황(형편없던 조선의 구매력)에 의해서 그냥 일본에게 먹으라며 던져줬죠. 그 포지션을 결국 일본이 잡은겁니다.

 

자본(대출업체)에 대한 생각

 

일본의 자본을 이용한 2~3금융권은 제외합시다. 돈은 깡패에요. 없으면 애국심이고 충성심이고 안 보입니다. 일단 사람은 먹고 살아야되니 자본의 국적까지 따져가며 이용하는건 불가능합니다. 산와머니, 러쉬앤캐쉬, ok저축은행 등이 그들의 자본을 초저금리로 빌려와서 이자 놀이를 하고 있어도 그건 욕할 수 없습니다. 욕하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융통할 수 없다면 자격이 없는겁니다.

 

이자카야 불매에 대한 생각

 

이건 각 점포마다 다릅니다. 업소에서 평소에 분위기나 컨셉만 일본풍으로 갖다쓰고 제품은 일본과 관련이 없다면 불필요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일본산을 운운하며 장사를 했다면 이정도 피해는 감수해야죠. 자영업도 엄연히 기업경영, 자신들의 영업 방식이 시장 환경에 의해서 독이 될 수도 있는겁니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생각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예매가 된 상태라면 취소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 2019년 여름휴가를 망치게 되니까요. 휴가나 여행을 경험한 분들은 아실겁니다. 몇 달 전부터 사람들하고 시간 맞춰놓고 비행기, 호텔을 잡아놓습니다.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분위기에 편승해서 공격하는건 그냥 폭력입니다. 아니 비겁하고 치졸한 갑질이지요.

 

부탁의 말

 

현재 상황이 반일 분위기라고 범죄가 묵인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소신에 의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것을 타인의 행동에 제동을 거는 명분이된다면 단순한 폭력에 불과합니다.

 

저 또한 예전부터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매를 해왔기에 이번에 유행처럼 번지는 반일 분위기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반일을 강요하는 일부 시민들에게는 화가 납니다. 할려면 제대로 합시다. 우리끼리 반목하고 싸움을 할 것이라면 안하는게 낫습니다.

 

결론

 

마지막으로 일본 본토에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분야는 바로 '관광'입니다. 일반 소비재의 경우 생필품인 경우도 있고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경향도 강해서 분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또 일부 제품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면서 종사하는 사람이 한국인이기에 고려할 부분이 많지요. 하지만 관광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지 않으면' 되거든요.

 

또 재화의 경우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기에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피해를 주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관광은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국민들과 그 가족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국민들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생존의 문제냐, 전체의 문제냐에서 고민하게될테고 아베 내각의 힘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살고, 욕망을 실현하는 동물입니다. 일본인이라고 다를리가 없죠. 그래서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 무조건 흔들립니다.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그건 핑계죠. 

 

그러므로 사람들끼리 반목의 소지가 높은 재화 소비에 대한 불매에 집중하기보다 관광과 사치품 소비에 대해서 경계심을 갖고 일을 진행하는게 우리에게 더 좋습니다. 만약 일반 물품에 대해서도 하게된다면 가급적 완제품이 일본에서 생산되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경우로 제한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국력 소모없이 장기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심' 하나에서 참 별 말이 다 나오네요. 

 

* 본인의 소신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냥 폭력이고 갑질입니다. 강아지 버릇을 고치겠다고 망나니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타인의 행동은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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