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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 (2019) 후기 : 일단 난 늙었군

Movie|2019. 8. 18. 18:34

무려 1246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 알라딘 후기를 이제야 남기는 이유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제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비하는 인생이 아니라서 볼 타이밍을 놓쳤고 vod가 출시되기만 기다렸다가 보고 남기는 후기임을 밝힌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도 봤을텐데 기억에 남은건 없어서 스토리부터 모든게 새로웠고 그 기준에서 남긴다. 결과적으로 상영 시점에 상대할만한 경쟁자가 없어서 1200만이 넘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과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볼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기에 흥행에 성공했던게 아닐까? 싶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유치했고, 뮤지컬과 같은 부분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다만, 교훈적인 부분,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제품인 부분을 신경써서 만든 느낌이 강하다. 또 유치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잔인하지않고, 악랄하지 않으며, 악당의 최후까지도 단죄나 복수가 아닌 '끝 없는 욕심의 결말'로 그려졌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전제를 내가 몰랐다면 '유치하다'고 평가를 했을거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그 부분을 알고 있었고 몇 십년전에 만들어진 이야기를 실사화를 통해 앞으로 십 년은 더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데 좋은 점수를 준다. 또한 작품을 보는 내내 실사화가 너무 잘 된거 아닌가? 싶은 느낌을 계속 받아서 개인 영화 알라딘에 대한 평점은 9점을 준다.

 

* 가족 단위로 함께 부담없이 보기에 너무 좋은 작품이고 다 본 뒤에 부모님이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교육적인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어서 칭찬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럼 간단히 작품을 보기 전에 사람들이 평가한 부분에 대한 개인 생각을 남겨본다. 대부분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더라.

 

▲ 영화 알라딘은 바로 아그라바 시장에서 공주인 자스민이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남이 판매하는 빵을 나눠주면서 시작된다. 심지어 값을 치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나눠줘서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를 알라딘이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험담을 하는데 나는 내용 자체가 '동화'에 가깝기에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공주, 무엇인가를 얻고 값을 낸 적이 없는 그녀에게는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 '내 백성'이라는 마음은 곧 군주의 그것과 같다. 그녀가 여자로서 아그라바의 지도자인 술탄의 지위에 오르는 것이 주요 갈등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이 장면은 좀도둑과 공주가 연결되는 시작점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보여진다.

 

* 동화가 아니라면 평가는 180도 달라진다. 나라 즉 국가라는건 모든 개개인의 욕망이 결합되어 생성되고 유지되는 인위적인 집단이다. 현실적인 부분이 강조된다면 공주는 절대로 술탄이 될 수 없지. 저 아이들, 힘 없는 사람들만 백성이 아니거든.

 

또한 이 장면은 그녀가 군주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걸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의 테마곡이 Speechless가 아닐까 싶다.

 

* Speechless는 정말 작품을 보기 전부터 꼿혀서 엄청나게 들었던 곡이다. 특히, 아무리 커버를 잘 해도, 커버를 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원곡자인 나오미 스콧을 넘어서지 못하더라. 그나마 바다가 부른게 자기 색깔로 불러서 들어줄만했다. 그런데 정작 작품 속에서는 원곡을 들을 때보다 임팩트가 살지 못해서 당황스러움을 느껴야했다.

 

▲ 곤경에 처한 자스민 공주를 구해주는 과정은 꽤 재미있었다. 특히, 쫓는 자들과 쫓기는 자 사이에 대화하듯 이어지는 노래들은 이 작품이 '동화'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메나 마수드가 공주인 나오미 스콧에 비해서 부족했다고 평가하던데 실제로 작품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충분히 멋있고 순수해서 응원할 수 있었다. 다만, 순수함을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하는 순박함 그 자체로 인해서 필자같은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주인공이 조금만 더 세련된 모습을 갖췄다면 조금은 보기 편했을것 같다.

 

▲ 예고편부터 예뻤던 공주로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역시 화려하더군요.

 

▲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착용한 바지, 여리여리하고 예쁘기만한 공주가 아닌 건강한 체격을 보여주는 나오미 스콧의 출연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술탄의 지위에 오를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는 자스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억지로 페미로 둔갑시키려는 세력이 보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자스민은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군주의 자격이고 그 자격을 갖춘 사람이 술탄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걸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걸 페미니즘으로 포장해서 여성 승리, 남성 패배로 해석하는건 자신의 자녀가 보는 동화책에 독약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가 아니고 사람이 아니죠. 짐승도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 필자는 개인적으로 태초의 페미니즘을 응원합니다. (변질된 행태는 관심 밖이고요.)

 

▲ 일부 관람객이 윌스미스의 지니가 하드캐리한 작품이라는 평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합니다. 물론 지니가 등장하기 전에 알라딘과 자스민은 매우 심심하고 끝이 뻔한 로맨스를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니가 등장하고 좀도둑인 알라딘이 공주와 술탄, 자파와 같은 위치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재미가 더해지죠. 하지만 윌스미스의 지니가 간신히 망한 작품을 살려서 1240만 관객을 불러들인건 아닙니다.

 

▲ 이 작품에서 신의 한 수는 램프의 요정인 지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시켰다는데 있습니다. 덕분에 억지스러운 전개도 다 마법으로 포장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실사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었거든요.

 

▲ 좀도둑이 어느 나라의 왕자로 변해서 아그리바에 방문하는 모습입니다. 엄청 신나는 설정인것 같은데 그다지 신나지는 않았어요. 색감 자체가 전체적으로 화려했을 뿐이고 이 시점부터 전 알라딘에게서 답답함을 계속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공주의 마음만 탐냈기에 가식과 허세만 보여주더군요.

 

▲ 술탄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분명 자신의 정체를 고백할 수 있는 순간까지도 다 '용기없다'는 이유를 들어서 날려버립니다. 이미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고, 공주도 대충 눈치를 챈 상태였음에도 계속 거짓말을 하지요. 여기서 정체를 밝히면 영영 공주를 못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을 핑계로 허세와 가식만으로 공주에게 다가갑니다. 

 

이 전개를 보는 내내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어차피 다 가짜거든요.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사람의 호감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한거라며 몰라도 자스민과의 사이는 이미 그 이상이었기에 불안하고 안타까웠어요. 왜냐하면 가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배신감만 키울뿐이거든요.

 

* 세상을 살면서 남녀가 남자와 여자로 만나지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서 이성으로서 호감을 갖게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호감이 서로의 인간됨에서 비롯되었을때는 인연이나 운명이라고 표현을 하지요. 그렇다고해도 둘의 사이가 해피엔딩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적같은 인연을 거짓과 허세로 망치는 알라딘을 보는게 정말 많이 안타까웠네요.

 

▲ 아그리바의 모습을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에서 보는 자스민, 이 장면은 영화 알라딘의 메인 테마곡인 a whole new world을 주연 2명이 같이 부르는 화면으로 채워졌는데요. OST만 들었을때는 speechless가 더 임팩트 있었다면 작품 속에서는 a whole new world가 더 임팩트 넘쳤다고 생각하네요. 더불어 결혼을 하더라도 부마가 아닌 공주가 술탄이 될거라는걸 말해주기도 하지요.

 

▲ 유일한 악당으로 나왔던 술탄의 자리를 넘보는 2인자 자파의 모습입니다. 코브라 형태의 지팡이를 이용해 힘을 휘두르는 마법사로 나오는데요. 일부의 관객들은 남자를 욕보이기 위해서 너무 약한 남자 악당을 등장시켰고 그 최후도 너무 싱거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이 작품이 '동화'라는걸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자파의 나쁜 모습은 많이 순화되어 표현되었고 그의 최후는 '욕심'에 대한 교훈을 남기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힘을 가졌지만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존재가 되는거였죠?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욕망은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최후가 그려졌습니다.

 

일반적인 스릴러, 범죄, 서스펜스 같은 장르의 상업영화였다면 너무너무 유치한 캐릭터와 결말이지만 동화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나무랄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가식과 허세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서 박살난 뒤에야 세번째 소원을 지킨 알라딘, 그래서 난 감동적이지 않았다. 이미 그는 아쉬울게 없는 상태에서 소원 하나를 지니를 위해서 쓴 것이거든. 아그리바를 지킨 사나이, 거기에 공주와 썸도 타고있고, 공주의 의지를 잘 이해하는 남자. 더군다나 법을 바꾸면 일반인과도 결혼이 가능한 상황. 주인공은 몰랐어도 다른 이들은 다 알고있는 해피엔딩. 그래서 멋지지는 않았어요.

 

▲ 나오미 스콧이라는 배우를 잘 모릅니다. 외국인의 감정연기를 느낄만큼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지요. 그런데 이 배우, 자스민 공주는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알라딘과 뽀뽀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입맞춤이 끝난 뒤 그녀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였거든요. 사랑받기 시작하는 여자는 세상에 어떤 존재보다 아름답죠. 그 모습을 영화 속 자스민 공주에게서 봤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춰서 너무 좋았는데 정작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 입맞춤 후 표정을 봤을때였네요.

 

▲ 가짜 왕자로 아그리바 궁에서 열린 축제에 참여해 자스민 공주와 함께 듀엣으로 춤을 추던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네요. 물론 백핸딩이 무슨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춤 추는게 재미있었습니다.

 

결론

 

제가 영화 알리딘 후기에서 남기는 개인 평점은 9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고, 이야기는 나누기에도 좋으며, 교훈적인 메시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편하게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좋은 점수를 줍니다.

 

부디 아이들과 함께 보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꼭 대화를 나누면서 그저 재미로만 보고 지나쳤을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반드시 그 대화는 'A=B다. 외워' 가 아니라 'A가 B와 같은 이유가 뭘까?'로 시작되는 진짜 대화이길 바랍니다.

 

* 초중고대를 다니면서 최소 12년 이상을 공부만 했던 어른들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적습니다. 아이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만 된다면 시도는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부모님들도 잘 모르는 진짜 대화에 대한 도전을 기대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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