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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온킹 실제 관람객 후기 및 평점 : 가족 단위에 강력 추천

Movie|2019. 7. 17. 11:39

평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겨서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나온 영화 라이온킹을 비롯해 알라딘, 미녀와 야수, 정글북 등 하나도 본 적이 없다. 1980년대 일요일 아침마다 방영되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본 것이 전부라서 사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나 감동적인 기억이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 아직 천 만 관객을 달성한 알라딘을 안 보고 있다. 지금 봐야 쟈스민 공주 몸이나 보겠지. 그거나 보고 기억하면서 후반부에 나오미 스캇이 부른 Speechless에 전율을 느껴서 후한 점수를 주겠지. 뻔하다.

 

그런데 오늘은 의무적으로 실사로 만든 작품을 봤다. 매 주 개봉 영화가 수요일에 시작하는데 딱 예매 페이지에 들어갔을때 눈에 들어온게 그 작품이었거든. 그래서 내용도 모른채 기대감 전혀 없이 1회차 상영분을 봤는데 나이 마흔에 느낀바가 크다. 디즈니는 뭐 이렇게 40세 아재에게 뭘 가르치는지, 잘 보고 와서 후기를 남긴다.

 

▲ 영화 라이온킹 실제 관람객 후기 인증샷이다. 7월 17일 수요일 1회차 8시 상영분을 봤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후기를 남긴다.

 

개인적으로 평점은 9점을 준다.

 

내 평점에서 9점은 엄청 재미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봐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나 또한 느낀바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보면 좋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사실상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이 재미있다는 평점은 8점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거다.

 

날라(암컷 사자)가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 정말 지루했거든. 그때까지만해도 동물의 왕국에 더빙을 한 느낌을 받은것도 사실이다. 초반에 무파사와 심바 이야기를 볼 때는 안구정화를 받는 느낌이어서 졸작 느낌은 아니다. 다만 중간이 너무 재미가 없었을 뿐. (품바와 티몬이 정말 실사로 등장하니 경쾌한 느낌이 많이 죽더라.) 결국 평가를 결정하는 중후반에 날라의 재등장과 심바의 각성,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엔딩크레딧을 보면서 나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 영화 라이온킹의 포스터로 이 작품이 현재의 왕 무파사의 뒤를 잇는 그의 아들 심바의 성장기라는걸 잘 나타냈기에 후기에 올려본다.

 

사실 내가 본 회차에 예약자가 10명 정도 있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나 혼자서 봤다. 그래서 관객 반응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아기 사자들이 너무 귀여웠고, 음악과 자연이 주는 원초적인 즐거움이 좋아서 만약 사람들이 가득 찬 상태에서 봤다면 여기저기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강아지 대신 아기 사자를 키우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 작품의 초중반은 필드의 왕인 무파사와 그의 아들이자 다음 세대의 왕이 될 심바가 나누는 대화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평화로운 초원을 지탱하는 소신과 사상을 담아냈다. 그 사상과 소신은 심바가 시련을 겪으면서 만나는 품바와 티몬의 '하쿠나 마타타'로 표현되는 또 다른 사상과 부딪힌다. 둘 중 무엇이 더 옳은지는 관객의 몫이다.

 

다만, 난 심바가 날라에게 하쿠나 마타타를 이야기할때 나약하고 비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품바와 티몬이 말할때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었는데 심바가 뒷걸음질치면서 그 말을 하니까 좋아보이지 않더라.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될 내게는 하쿠나 마타타보다는 무파사의 생명 순환과 왕의 지위에 대한 생각이 더 잘 맞더라. 그리고 영화 라이온킹을 다 봤을때 깨달았다.

 

"난 아직도 다 성장하지 않았고 지금도 크고 있으며 여전히 비겁하고 나약하게 살아가는구나, 그러지 말자"

 

▲ 무파사와 새끼 사자인 심바의 모습으로 작품 초반에 이 두 사자의 대화를 통해서 틀딱, 꼰대라고 보일만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이 구식이라고 욕할지, 쫓아야되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왕이라는 개념을 지배가 아닌 보호, 먹이사슬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모습(생명순환), 균형을 지켜서 필요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으면서 먹고 먹히는 관계인 객체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 무파사의 생각에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현실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답답한 생각이지만 적어도 나와 이해관계에서 다투지 않는 사람들과는 그렇게 답답하고 꽉 막힌 생각으로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

 

▲ 물론 현실에서 경쟁자에게는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뒷방 늙은이로 전락한 스캇처럼 살아야겠지. 아이들에게는 마냥 나쁜 삼촌 사자겠지만 내게는 필요에 따라서 선택해야만할 행동을 했다고 보여지더라.

 

내 모토가 원래 그거다. 이해관계 밖의 사람들에게는 바보로 보여지고, 나와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죽일놈으로 보여지자. 마흔쯤 되니 그건 어느정도 성공한것 같다. 다만, 좀 더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비겁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 생에 유일한 아킬레스가 있는데 그걸 마흔이 다 되도록 극복하지 못하고 있거든.

 

어쨌든 만화영화 실사판이라고해서 가볍게 보고 오려고 했는데 의외로 묵직해서 9점을 준다. 아마 극한직업 이후로 9점을 준 작품은 이게 처음이지 않을까?

 

* 엄청 재미있지 않으니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를 찾으면 다른걸 보자.

 

▲ 주인공 심바와 사랑을 나누고 아내가 되어 대를 이을 새끼 사자를 낳는 날바의 목소리는 비욘세가 맡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중간에 노래를 부르는데 비욘세 아냐? 싶더라. 집에와서 찾아보니 맞네. 그때 처음 전율을 느꼈다. 그 뒤로 몇 차례나 더 전율을 느꼈던걸 보면 적어도 내게는 영화 라이온킹이 꽤 몰입감있었던것 같다.

 

▲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품바와 티몬이 유쾌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디테일한 연기가 힘들다보니 심바와 날라 까지는 괜찮았는데 조연급에서는 그 단점이 많이 드러난 느낌이다.

 

개인적인 사족

 

1. 디즈니 작품의 진짜 실사화

 

미녀와 야수는 어쨌든 예쁜 여배우가 등장했고, 야수도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이라서 감정을 이어잡기가 쉬웠다. 알라딘은 애니메이션보다 여러 면에서 훌륭한? 조건을 가진 예쁜 공주가 나와서 시종일관 사람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다보니 실사화가 제일 쉬운 편이었을거다. 그런데 영화 라이온킹은 다르다. 정말 만화가 실사화로 바뀐거다. 일반 평에서 흡사 동물의 왕국에 더빙을 한 느낌이라는건 최소한 반은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라고 본다.

 

2. 초중반이 지루할 수 있다.

 

그나마 필자는 초반에 동물들 나오는거 너무 귀여웠고, 화면이 깨끗해서 안구정화 느낌도 받았고, 무파사와 심바의 대화를 들으며 이런저런 감흥도 느꼈다. 그랬어도 중반 품바와 티몬이 등장하는 부분은 지루했다. 그 부분이 짧게 넘어가다보니 개연성 부분에 문제를 느낄수도 있지만 사실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는 없었다. 단지, 재미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게 당연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보고 나오면서 잘하면 천만 관객이 들겠는데? 싶었는데 호불호를 생각하니 자신은 없다.

 

3. 가족 단위에 권한다.

 

사실 내 세대는 부모님과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니고 추억을 쌓은 기억이 없다. 부모님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기에 바빴다. 최근 어머니 환갑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갔는데 그 무섭던 포스의 아버지가 지나가듯 그러더라. '진작 좀 이렇게 다닐걸' 

 

지금의 내 세대가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운다면 함께하면 좋은 경험으로 라이온킹 관람도 꼽을 수 있을것 같다.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도 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디즈니 작품을 잘 안 보는데 아이들과 나눌 대화가 참 많은것 같다. 심오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무엇이 재미있었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면서 '엄마는~ 아빠는 뭐가 좋았어' 라는 식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아이들이 보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의미가 없이 그저 시간만 잡아먹는 작품들이 많다. 그 중에 유명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이야기를 한 건더기가 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캐치하지 못한다. 나처럼 수 십년이 지나서 어른이 된 뒤에 보면 보이는 것들도 있다. 그런걸 부모와 같이 보고 대화하면서 살짝이라도 먼저 느끼게 해주면 아이가 살아가는데 1cm라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4. 제일 아쉬웠던 점

 

어린 심바는 삼촌 스캇의 꼬임에 너무 잘 넘어가서 잠시 무리를 떠나서 살게된다. 그리고 간신히 각성을 하면서 다시 돌아와 스캇을 단죄하지. 하지만 어른이 된 심바는 각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캇의 말장난에 너무 심하게 흔들리더라. 마지막 순간에도 끝까지 순진했다. 만약 스캇이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았다면 심바가 아무것도 못하고 고통받는 대지를 구해내지 못했을거다. 결국 각성을 통해 성장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은게 아니라 스캇의 말실수로 명분을 잡아 대지를 평정한 꼴이었다.

 

대지의 품에 돌아온 심바가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디즈니 만화동산을 볼 때만해도 오락이었는데 실사화를 통해 만난 영화 라이온킹은 그저 재미로 보기에는 너무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히 한 여름 더위를 날려줄 킬링타임용 컨텐츠로 고르기보다 가족과 함께 보고, 여유있게 앉아서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

 

※ 알라딘을 VOD로 출시되면 볼 생각이었는데 천 만이 넘어버려서 언제 나올지 기약을 할 수 없네. 이번에 디즈니 작품을 보니 극장에서 봐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좀 더 참다가 볼게 없으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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