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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후기, 평점, 의미찾기

Movie|2019. 5. 27. 22:59

개인적으로 마담뺑덕때부터 배우 이솜의 팬이었다. 심청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꽤 잘 만든 명작이었고, 다소 질퍽한 이야기에 잘 녹아든 그녀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화제가 되었던 장면들보다 정우성의 전략에 넘어가던 표정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그런 그녀가 얼마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라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나는 이 작품을 집에서 봤다.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런 선택에 만족하며 이 후기를 적는다. 팬심으로 영혼보내기를 하는건 배우에 대한 모독이며, 관객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미없을것 같아서, 돈 아까울것 같아서 했던 선택은 아니었다. 내 상황에서 작품의 내용이 다소 무거웠기에 사람들 속에 섞여서 보고싶지 않았을 뿐이다.

 

개인의 잣대를 기준으로 평점을 주자면 7점이다.

 

고생했고 고맙다. 대중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꽤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포스터 중 가장 의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올려봤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닌것 같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하나의 도구일 분, 이는 그냥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극 중 미현(이솜)이 세하(신하균)에게 그런 말을 했다.

 

'걸을 수 없는것만 억울한게 아니다. 열심히 걸어도 항상 제자리인 사람도 있다. 캐억울하다.'

 

대충 이런 대사였다.

 

엔딩에서 미현과 세하, 동구(이광수)가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때 왜 이솜이 이 영화에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부럽더라. 장애라는 겉모습을 무시하고 그냥 그 세 '사람'의 즐거운 한때가 부러웠다. 내가 느낀 의미에서 미현이 차지한 부분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그녀는 지체장애와 지적장애와 나란히 서 있는 아픈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는 진심이 필요하다. 진심이 없는 관계는 상처가 될 뿐이다. 우리는 과연 몇 명과 진심을 담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필자는 1명이다. 그래서 엔딩이 부러웠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속에서 보호자를 잃은 책임의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시간에 5천원을 받고 팔았다. 그리고 나중에 동구의 거취문제를 결정하는 재판에서 상대편 변호사는 승소하기 위해서 그 행동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순간 난 그 장면이 꽤 불편했다.

 

상대편 변호사와 세하의 대화 장면을 보면서 어떤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 그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프레임에 담겨서야 눈에 보이더라.

 

단순히 고개를 돌리고 대화를 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세하의 측면에서 유리한 대화를 이어나간 변호사의 태도만을 말한게 아니다. 비장애인의 기준에서 세하의 행동을 부당하고 부정한 것이라고 비장애인에게 호소한 부분이 결정적인 폭력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사이에 이해를 구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기에 블로그에 적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몇 개의 후기에서 동구의 엄마가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안타까웠다는 글을 많이 봤다. 그래서 난 후반부에 끼어들어서 스토리를 망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게되면 꼭 필요한 배역이었다.

 

가족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혈연에 대해서도 보여줘야 되거든. 물론 작품 자체가 선한 의도로 제작됐기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베베 꼬인 시선으로 보여주기보다 신하균의 대사들로 처리가 됐지만 전체적으로 '엄마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세하와 동구 사이에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미현이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듯이 엄마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는데 마지막에 그런 모습이 그려져서 너무 만족스러웠지.

 

이 설정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면 중후반에 이야기가 너무 많이 늘어진다는 점? 살짝 지루했다.

 

동구의 눈에는 자기 대신에 미현이 세하와 함께하면 형이 더 행복할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재판에서 엄마를 선택하기 전에 내 눈에는 이미 그런 마음이 보였다. 처음에는 질투인줄 알았는데 계속 나오니까 자신이 떠날때가 됐다고 느끼는 동구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래서 위에 나온 장면에서 세하의 첫사랑 이야기가 씁쓸했다. 자신의 고백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사건이 된다는걸 그 역시 중학생때 알았을테니까. 그 뒤로 그의 인생에 '로맨스'라는 장르가 끼어들때마다 얼마나 스스로를 학대했을까?

 

그리고 이솜이 연기한 미현에게도 오랫동안 의지할 수 있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 생겼다. 항상 제자리 걸음에 더 나아지는것도 없는 삶에 지쳤을 그녀의 가짜 웃음에 동구가 속았을까?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비춰진 미현의 모습은 진심이 가득했고 사심이 하나도 없었다. 입에서는 오빠인데 항상 누나의 마음으로 동구를 대하고, 세하와는 웃음 뒤에 숨겨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가더라.

 

아마 동구의 눈에는 세하와 미현의 '속 마음'이 보이지 않았기에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 소공녀에서도 그렇고,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도 그렇고 배우 이솜은 꼭 하나씩 예쁜 장면을 건진다.

 

여배우라고 외모를 평가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난 이상하게 배역에는 푹 빠져서 좋아하는데 작품 밖의 모습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 배우도 2명 밖에 없다. 이솜과 박보영.

 

솔직히 두 배우 모두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잖아? 그런데 작품 속에서 빛이 난다. 그래서 좋아한다.

 

▲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나온 Happy를 신하균, 이광수, 이솜이 불렀더라. 집에서 보지만 그걸 또 보고 있다가 듣게되서 지금 무한반복 중이다. 목소리가 고 깨끗하더라.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면 단독으로 ost를 부를 일이 많지는 않을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한 곡 정도는 하면 좋겠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정말 많은데 조용히 들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흔치 않거든. 이솜 목소리도 꽤 괜찮은것 같다.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이 140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오늘 확인해보니 146만명이다. 관람객이 아닌 VOD 결제자까지 포함하면 대략 괜찮은 성적인것 같다. 평이 좋은 편이라 선방했다고 본다.

 

결론

 

평점은 7점을 줬지만 호불호는 분명히 있다. 사회적 통념이 있어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이광수의 동구 캐릭터가 불편한 관객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146만이라는 관객수가 감사해야할 수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모습의 가족이 나오고 그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풀어지는 과정에 억지가 없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엄마의 집으로 간 뒤부터 수영대회 출전 전까지의 과정이 지루했다. 좀 더 다듬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박신부님의 대사로 내게 회초리를 들어본다.

 

'사람이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각자 마주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이라면 사람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가족' 혹은 '형제' 혹은 '자매'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책임을 다 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찾아야 할 보석이 아닐까 싶다.

 

후기를 적기 시작할때는 잘 몰랐는데 다 적고 나니까 아무래도 내가 이 영화를 통해서 위로를 받은것 같다. 오늘은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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