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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실제 관람객 후기, 평점 8점 (스포없음)

Movie|2019. 6. 2. 13:27

원래 필자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극장에서 볼 생각이 없었다. '계급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라는 말에 볼 필요가 없어졌거든. 평소에 필자가 했던 생각들 정도에서 머무를 줄 알았다. 내가 아는 것을 굳이 영화로 볼 필요는 없잖아?

 

그러다가 가정부 역할을 했던 배우 이정은씨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는 평이 많아서 보게 됐다. 솔직히 보고 쓰나, 안 보고 쓰나 내 후기는 똑같을거라고 생각해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봤다.

 

결론은?

 

보기를 잘 했다. 편향이 심하다던가, 한 쪽에 치중됐다던가, 남성 중심으로 나와서 불쾌했다던가 하는 후기들은 헛소리들에 불과했다. 내 기억에 제일 인상적으로 남은건 '조여정'과 '하류층 아내 2명', 그리고 '선'이었다.

 

초반부가 좀 평범해서 살짝 후회가 들었으나 중반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재미있어진다. 필자가 처음 화장실을 간 것이 시작 후 1시간이 지났을때였는데 중요한 장면이 지난 뒤에 가려고 참았던 기억이 난다. 잘 찍었고, 연기도 잘했고, 이야기도 좋았다. 특히 결말 부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필자의 평점은 8점이다. 내게는 아주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었으나 9점을 줄 정도로 다른 사람도 봤으면 좋을것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10점을 줄 정도의 울림은 없었다.

 

▲ 영화 기생충 실제 관람객 후기 인증 사진이다. 6월 2일 오전 8시 35분 방영 회차를 보고 바로 적고 있다. KT VIP라서 그냥 핸드폰만 들고 갔다왔다.

 

사실 이 작품은 나무랄데가 없다.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잘 조율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이야기도, 전개도, 보통 미장센이라고 부르는 영상의 미학까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어야 할 작품이 15세 등급이었다는 사실이다. 계급사회, 부조리, 해학을 담은 블랙코미디라면서 개봉 전부터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서 경쟁의 기본 룰을 어겼다. 또한 스토리에 대해서 보는 이가 공감하기 어렵다는 부분도 아쉽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을 29금으로 걸고 싶다.

 

이 작품의 포스터 중 조여정이 나온 사진을 골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캐릭터보다 더 인상적인건 없었다. 특히 저 대사 '잘 아는 사람의 소개가 아니면 사람을 못 믿는다.'가 핵심이었다고 본다.

 

저 대사가 핵심인 이유는 계급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등장하는 이선균, 조여정이 너무 착하고 순수했기 때문이다.

 

박사장(이선균)은 일하며 돈을 받는 사람이 돈을 주는 사람인 자기에게 '선'만 넘지 않으면 위선이든 가식이든 사람 대우를 할 용의가 있다며 '선'을 중요시했고, 돈 많은 남자와 함께사는 어리고 예쁜데 빈틈이 많은 연교는 '티없이맑은아이'였다. 어릴때부터 어려움 없이 자라면서 동화책 속에 사는 공주님 같은 존재다. 박사장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표현이 안됐기에 이 두 사람과 그 가족은 극의 내용에서 '착한 편'이었다.

 

정작 실제 관람객으로서 이 영화 기생충의 나쁜 인물은 반지하와 지하에서 부유층에게 돈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과정이 어찌됐든 돈을 받은 만큼은 일을 하려고 생각해야되는데 끝까지 최상위 포식자를 적대시한다. 최소한의 선도 지키지 못하고 일부러 고용주 몰래 그 선을 넘어가면서 상대를 헐뜯고 비아냥거린다.

 

영화 속에 기생충으로 나온 사람들은 '노동'이나 '대가', '고용'에 대한 어떤 이해도 없었다. 그저 자신들을 고용한 사람들이 벌어들인 돈을 사회적 약자와 나눠써도 되는거잖아?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떤 포스터에서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데 우리 다 같이 잘 살면 안되나요?'라는 문구를 봤다. 정말 철이 없는 소리다. 그런데 그 철 없는 소리를 작품 속에서 뭔가 큰 메시지인 것처럼 이야기하더라.

 

필자의 입장에서는 참 불쾌한 생각이었다. 나 또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생활수준이 안되지만 그래도 잘 사는 사람의 남아도는 돈을 좀 나눠주면 안되냐?는 생각에는 동의를 넘어서 불쾌했다.

 

아마 작품을 보는 사람 중 70% 이상은 불쾌하고 기분이 나쁠 것이다. 왜? 그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돈을 모아 차근차근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거든. 그런 자신들의 인생을 한 방에 뻘짓으로 만들어버리는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내가 보는 내내 불편했던 장면은 바로 기택(송강호)이 운전하면서 박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안정감있는 코너링까지 확인하는 고용주에게 시종일관 시정잡배처럼 말을 던지고 있었다. 또 운전기사가 왜 그렇게 계속 고개를 뒷좌석으로 돌리는지? 보는 내내 불안하더라. 

 

제일 최악이었던건 사랑 타령이었다.

 

기택의 가족이 제일 나쁜 사람들이라는걸 알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들은 고용주에게 잘 보일 생각이 전혀 없었던거다. 굽신거리라는게 아니라 돈 값은 하라는건데 그것도 할 생각이 없더라.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억지스럽게 계속 상황을 이어준건 이해하지만 내가 박사장이었다면 첫 출근해서 운전대를 잡은 기사에게 '앞에 보고 운전하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해고다. 후속타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욕을 했을거다. 그래도 선을 안 넘었다며 클라이막스까지 끌고 간 그 무모함이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 기생충을 만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 난 이 작품에서 계급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못 봤지만 많은 이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하기에 남기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정말 계급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단지, 나보다 잘 살고,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린다고 그것이 어두운 단면입니까? 어린 아이의 장남감 텐트는 방수인데 4인 가족이 사는 반지하 주택은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들어차는게 어두운 단면입니까? 

 

영화 속에서 등장한 고급 주택이 부럽다고 반지하에서 바로 저런 집을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일해서 돈을 벌고, 그걸 모아서 지상으로 올라가야되고,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아파트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 뒤에 다음 대, 혹은 그 다음 대에서라도 잘 되서 저런 집에 살면 됩니다.

 

왜 반지하 방과 십 억, 백 억짜리 초호화 주택을 붙여놓고 세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선량한 사람들을 바보천치로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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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사람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아들이 셋입니다. 20대의 사지 멀쩡한 건장한 청년들이죠. 그러자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잃었습니다. 그 때 제가 그 친구에게 셋 중 한 명은 군대에서 말뚝을 박고, 한 명은 2교대 공장에 취직하고, 한 명은 끝까지 공부를 해라. 그리고 부모님 세대가 아닌 너희 세대에서 집안을 정상 궤도에 올려라. 그 방법이 최고다. 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서른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군대를 안 가고 있습니다. 29살, 30살짜리 청년들이 군대를 안 갔다오니 정상적인 직장에서 제대로 월급을 주고 쓸려고 하지 않고 결국 어디를 가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월급밖에는 못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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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계급사회의 어두운 단면입니까? 그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 어떤 겉멋만 잔뜩 든 블로거가 박사장네를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온 백인, 김기사네를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으로 해석하던데요. 파워블로그라는게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 해석이 맞다면 칸의 수준은 '배부른 돼지들의 수다' 정도가 되겠네요.

 

다시 제 느낌으로 돌아와서 제가 영화 기생충에 평점을 8점이나 준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면이, 장면들이 너무 잘 찍혔거든요. 다시 볼 필요는 없는데 VOD로 나오면 소장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하위 계층 사이의 싸움이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최상위는 품격을 지키며 주변을 정리하고 하위 계층은 서로 서열 다툼을 하느라 피를 토하고 온갖 쇼를 다 떨어댑니다. 그 부분이 하이라이트였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수 천년간 법을 만들어 통제하고자 했던 피지배층의 폭령성을 마지막에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법은 정의 구현을 위해서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힘 없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력이죠. 그걸 막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법입니다. 그래서 돈으로 사고친 사람들은 집행유예를 받아도 힘으로 사람을 해친 사람은 중형을 선고하죠. 또 보호의 대상이 아닌 여성을 유린한 의대학생은 집행유예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 녀석들이 잘 크면 세금을 아주 잘 내는 우량 국민이 되거든요. (지방에 소도시에서 세금 납부를 제일 많이하는게 바로 병원이거든요.) 그것이 현존하는 법치국가의 민낯이죠.

 

법을 이용해서 유일한 위험인 무력으로부터 보호받는 최상위 포식자들,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것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점이 좀 잘 나왔죠. 

 

만약 계급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해학과 풍자를 섞어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것이 영화 기생충의 진짜 모습이라면 씁쓸할 것이고, 후자의 이유라면 꽤 괜찮은 수작입니다. 둘 중 무엇이 진짜일까? 궁금하네요.

 

결론

 

필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30대 프리랜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진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만 성립합니다. 이번에 영화 기생충 실제 관람객 후기를 남기는 입장에서 전 제 성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왜? 작품 속에서 보였던건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었거든요. 그건 폭력이죠.

 

하지만 전 제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았고 그에 대해서 후하게 8점을 줍니다.

 

솔직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일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200만이 넘었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안 봐도 됩니다.

 

건축물이 주는 영상미와 풍자, 해학으로 덮였던 스토리, 나름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던 후반부 등이 필자에게는 꽤 좋은 점수를 주게 만들었지만, 쉬는 날 귀중한 시간을 기분 나빠지기 위해서 이런 영화에 쓸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 원래 이런 내용으로 적을 생각이 없었지만 실제로 관람하니까 느끼는 점이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내가 아직은 정상적인 진보구나 라는 안도감도 느꼈습니다.

 

영화 기생충을 본 실제 관람객으로서 드는 생각은 작가와 감독이 이미 가질만큼 가져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고, 칸의 심사위원들도 배가 부를만큼 불러서 이런 이야기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아닐까? 스토리에만 공감한다면 다른 부분에서는 나무랄데가 없는 작품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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