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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온라인게임 펄어비스 검은사막 복귀 후기

Game|2020. 1. 30. 18:30

19번째 캐릭터인 가디언 출시, 5주년 이벤트를 기점으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에 복귀한 유저입니다. 처음 시작한건 아처 출시때였으니 3주년이었을텐데요. 20년이 된 나이트온라인을 하다가 복귀하다보니 둔해졌었는데 2달도 되기전에 다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 글을 적습니다. 아마 3주년때도 적었던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게임 회사는 어쩔 수 없나보네요.

 

펄어비스의 정규직이면 좋은 대학을 나온 엘리트로 평균 이상의 삶을 살아가는 부류일텐데 노예 계급의 인생을 갉아먹는 흡혈귀 마인드를 벗어나지는 못하는군요.

 

3주년까지는 아주 괜찮은 게임이었으나 5주년부터 서서히 게임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덕분에 저는 주 캐릭터인 아처에 40만원을 써서 가방, 무게, 펫, 메이드만 마련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펄질은 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결국 그냥 고객을 자신들의 인생에 거름이 될 노예들 정도로 보는 게임 회사일뿐이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4~50 정도만 쓰면 불편함없이 즐길 수 있다는건 혜자스럽다고 할 수 있겠네요. 펫 44433(사막여우, 펭귄, 고슴도치, 일반펫, 쿠쿠), 창고 메이드 10, 거래소 메이드 5, 찬란요정(응원4, 무게5) 펄질은 끝났습니다.

 

2년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더 해보지요.

 

'인플레이션 잡으세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의 경우 거의 모든 아이템이 유저들 사이에서 순환하는 구조로서 시스템에서는 거래 수수료 명목으로만 유저들의 게임머니를 회수합니다. 시스템에서 계속 은화와 아이템이 풀리는데 회수되는 것이 거의 없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신규 유저들은 정착하기 힘들고 기존 유저들은 필요한게 없어지게되지요.

 

서비스 5년차, 이제 하던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도망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신규의 유입은 점점 둔화될텐데요.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잡아야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은화를 회수하려다보니 무리수만 점점 두는 펄어비스.

 

이번 주에 업데이트가 된 피비노 그레코의 잡학도서 모험일지는 시작하기 위해서 npc에게 15억 은화를 지불해야 됩니다. 그 보상은 가문에 있는 모든 캐릭터의 HP가 300 증가하는 것이라네요.

 

일명 푹찍사막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 내놓은 모험일지이자 유저들이 가진 은화를 시스템으로 회수하기 위한 회심의 일격인데요. 1월 초부터 팔았던 샤카투의 빛나는 상자(1억 은화)와 같은 무리수입니다. 이로 인해서 유저는 계속 떨어져 나가겠지요.

 

그럼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으면 될까요?

 

바로 '강화 필수 재료의 상점 판매' 입니다.

 

뾰족한 흑결정 조각, 단단한 흑결정 조각의 드랍을 모두 차단하고 오직 NPC에게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하는거죠. 가격은 개당 200 ~ 250만 은화면 저항이 거의 없을겁니다.

 

* 애초에 이런 형태로 판매된 아이템이 크론석인데 펄로 구매하는 의상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100만 은화에 팔던 크론석으로 200만 은화로 올려서 유명무실해졌죠. (상점에서 개당 200만에 사느니 펄 옷을 거래소에서 사서 추출하는게 약 50%정도 저렴했습니다.) _ 자신들의 상품이 망가지는것을 알면서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억지를 부리는 부분유료화 게임의 한계죠. 

 

대부분의 게임에서 강화는 헤비와 라이트 구분없이 모두 몰두하는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신규 유저가 장비를 맞출때도, 기존 유저가 장비를 업그레이 할 때도, 생활 유저가 은화를 모아서 장비를 구할때도 필요한 공통 재료가 바로 뾰족이와 단단이죠.

 

이 아이템들을 상점 NPC에게서만 구매하도록 한다면 어느정도의 인플레는 게임 종료 전까지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게임으로서 가져야되는 최소한의 가치는 지키면서 운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굳이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유저들을 날려버리면서까지 은화를 회수할 이유가 없다는거죠.

 

※ 드랍이 되던 품목이 상점 판매로 바뀌면 저항이 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주로 뾰족이와 단단이의 수급처는 채집입니다. 그마저도 검은 결정 파편, 카프라스로 수익을 내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수준이지요. 그래서 예상보다 반발은 적을 것입니다. (접속보상, 이벤트, 흑정령의 모험 등에서도 뾰족이와 단단이는 풀면 안됩니다.)

 

게임을 훼손하지마라

 

5년차에 접어들면서 부쩍 제 눈에 거슬렸던건 단기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내놓는 수 많은 장치들이었습니다. 1분기 목표를 맞출려고 1월 초부터 열심이더군요. 모든 게임은 그렇게 망가지는 것입니다.

 

게임이 가져야되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 최초 설계하고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들이 물갈이되는 시점(그들은 제품이 망가지는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수를 요구하는 고용주에게 반기를 들게되죠.)부터 이미 폐업시킬 명분이 충분한 사회의 악이 되는거죠. _ 검은사막도 초기 개발진들이 많이 빠졌을거라고 봅니다.

 

▲ 이번주에 업데이트가 된 테이아의 구슬입니다. 원래부터 검은사막에서 펄질(현질)만이 답인 컨텐츠가 요정과 말이었는데 그걸 확정짓는 캐쉬 아이템이네요.

 

보통 찬란한 요정을 쓰는 분들은 40렙까지 한번에 올려서 좋은 스킬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200펄 (현금 1만 3천원 정도)을 사용해서 요정 요왕의 권능을 이용해서 환생하고 다시 키워서 원하는 스킬을 붙이지요. 그 권능 값으로 몇 십 만원은 우습게 씁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펄수르의 영역으로 유저들에게 인지되면서 단물이 많이 빠졌나봐요?

 

1개당 50펄짜리 소액 템이 나왔고 그게 바로 테이아의 구슬입니다.

 

사실 40레벨이면 기본 기술 외에 4개의 기술을 보유하기 때문에 스킬 1개를 바꿀려면 구슬 4개가 필요해서 총 200펄이 들어가는 최악의 돈뽑기 컨텐츠지만 1개당 50펄이라니 저항감이 적게 느껴지도록 전략을 세운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현존하는 캐시 시스템 중 최악이 아닐까 싶네요. 말 그대로 무리수죠.

 

*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업데이트였다면 다 키운 요정을 펫처럼 넣어두고 새 요정을 키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는게 먼저였습니다. 언제든 필요에 따라서 요정을 바꿔가면서 켤 수 있도록 하는게 먼저지요.

 

이런 식의 무리수가 앞으로도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사족

 

5년차 온라인게임의 정해진 행보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서 저는 계속해서 할 것입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돈을 쓸 생각이지요. 다만, 어줍잖은 전략으로 내 주머니를 노리는데 넘어가지는 않을겁니다. 내가 낸 돈의 값어치는 최소한 그만큼의 가치는 있어야되는겁니다.

 

어쨌든 초기 개발진이 만든 방대하고 꼼꼼한 검은사막의 세계관은 건재하기에 전 재미있게 즐길겁니다. 퇴근 후에 짬짬히 사냥하고, 생활하고, 부캐 하나씩 장비 채워주면서 61레벨까지 키워가면서 모든 클래스를 다 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픽카드를 1660TI 정도로 바꿔서 좋은 퀄리티의 컨텐츠들을 천천히 즐길거에요. 부캐 18개, 본캐 1개 총 19개의 캐릭터만 다 61레벨로 만들어도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언제나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소수의 유저들에게 검은사막은 주구장창 욕해야되는 게임일 수 밖에 없겠지만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즐길게 많고, 알아가야될게 많은 넓은 세계로 남아있다는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게 다 초반에 잘 만든 덕분이지요.

 

솔직히 20대의 대부분을 게임 업계와 관련된 분야에 쏟았던 입장에서 나아질거란 기대감은 1도 없습니다. 무리수의 속도 조절은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 다릅니다. BDO는 특히 더 세분화되어 있죠. 그래서 업데이트를 어떻게 하던, 캐시템이 무엇이 나오던 신경쓰지 않고 즐길만합니다. 너무 남들을 따라가느라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돈을 때려부어도 1위는 못 따라잡습니다. 66렙은 돈으로 되는게 아니라 시간으로 되는거니까. 자기 속도를 즐기는게 검은사막을 제일 즐겁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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