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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의상 논란 : 진보란 무엇인가? (잡담)

Think|2020. 8. 5. 20:53

오늘 일을 마치고 웹서핑을 하는데 류호정 이라는 이름이 실검에 올라왔더군요. 전 배우인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클릭조차 하지않고 '좋은 일이 있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고민정 기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개인적으로 아나운서 시절부터 좋은 느낌을 가졌던 분이라 기사를 읽어봤고 의상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첫 느낌은 '색다른데?' 였습니다.

 

그 나이대에 젊은이가 입고 다닐만한 의상이었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의상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양복으로 권위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게 진보의 역할이다.'

 

더불어서 고민정 의원도 '엄숙주의를 깬 것에 감사하다.'는 평을 내놨다고 한다.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양복' 이라는 단어를 쓴 것과 진보의 역할에 대한 그의 말 때문인데요.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양복을 강요하는게 아닙니다. 위와 같은 단정한 차림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오늘 의상은 시기와 장소, 분위기 모든 부분에서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은 단지 내 몸을 가리기 위해서 입는 것은 아닙니다. 그 목적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번 논란은 그것들이 빠져있기에 벌어진 것입니다.

 

요즘이 어떤 시기입니까?

 

지금 저희 집 위로 먹구름이 무리를 지어 빠른 속도로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어촌인 부모님댁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요. 무시무시한 먹구름은 몇 시간 전부터 하늘을 가로질러서 이동 중입니다. 기온이 좀 더 떨어지는 밤이되면 수증기가 뭉쳐서 비를 뿌리겠죠?

 

유례없는 장마가 뿌리는 메가톤급 국지성 폭우로 산사태, 물난리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피해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일단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는 중이지요. 국민 중 누군가는 집을 잃고, 터전을 잃고, 일 년 농사를 망치고,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에 또 폭우가 예고되어 있고 서해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국회의사당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핑크색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활보해야겠습니까?

 

솔직히 지금이 장마가 끝난 뒤 찾아온 폭염이 이어지고 휴가 분위기였다면 자기 나이에 맞게 색깔을 내봤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니잖아요?

 

젊은 국회의원의 패기를 담더라도 수위 조절은 했어야 합니다.

 

초상집에 몸에 딱 붙는 등 파인 드레스를 입고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아니 오늘 논란이 된 의상만 입고 갔다고 예를 들어도 되겠네요. 어떨까요? 무례하다고 하겠죠?

 

지금 류호정 의상 논란에 대한 제 의견은 무례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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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일을 논하는데 있어서 페미니즘을 내세워서 '당당함'을 주장하지 마세요. 그건 무례하고 몰상식한 것이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투쟁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양성 평등을 주장하면서 여성이라는 자신의 성을 무기로 억지를 부리는 것이지요.

 

또 양복, 격식, 예의는 꼰대, 성차별, 구태의연한 관행 등과 관련이 없습니다.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서 기존 정치인들과 똑같이 프레임 놀이를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냥 개인의 몰상식함, 거기에 무례함이 더해져 만들어낸 논란일 뿐입니다.

 

* 양복이 권위를 세우기 위한 도구라면 왜 모두 클래식 정장을 입고 있지 않는거죠? 왜 오늘 의상을 입은 류호정 의원이 아무런 제지없이 의정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던거죠? 어째서 청바지, 반바지를 입고 왔을때는 논란이 되지 않았던거죠?

 

예의를 요구하는 상대방에게 꼰대, 성차별 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논란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가짜 페미니즘을 보고 '젊어서 좋겠다.'며 부화뇌동 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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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게 진보의 역할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몇 해 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 진보는 정의당 밖에 없으나 아직은 세력이 제대로 결집하지 않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칭 진보인 곳과 자칭 보수라는 곳은 그저 이해관계가 다른 보수일뿐이라는게 저의 입장입니다. 더 솔직해지자면 아직은 한국에서 진보 성향의 집단이 권력을 잡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는 진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재난 상황에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시선을 왜곡하는 집단은 아군이 아니라 적군으로 대하고 참수하는게 관례 아닌가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치는 무엇인지, 진보는 무엇인지 모르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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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는 진보

 

우리나라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도 허용되는 나라입니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기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나라입니다.

 

지금 이야기한 각각의 객체들, 이해관계가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제도로서 가이드 라인을 세우고 그것이 잘 지켜져서 돈과 권력, 지위에 의해서 상대적 약자가 인권과 기본권을 수탈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보입니다.

 

쉽게 말하면,

 

시속 500km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 이 도로에서는 시속 200km 까지만 다니도록 제도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겼을때 경찰과 검찰이 그 운전자에게 제대로 처벌하는지 감시하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직장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 놓인 근로자에게 고용주가 부당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것을 막고 그것을 어긴 사업주에게 알맞은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보수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활용해서 이윤을 추구하는데 전력질주를 하고, 진보는 그 질주에 의해서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펜스와 유도선, 차선,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 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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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의 진보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무엇을 할 것입니까? 밖은 물난리가 나서, 산사태가 나서 집 잃고 가족 잃고 일자리까지 잃어가고 있는데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한 의상을 입고 나와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게 진보가 할 일' 이라는 헛소리만 하고 있습니까?

 

저는 정치인에게 정의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해달라는 헛소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공의? 정의? 민의? 그건 프레임 놀이일 뿐, 수 천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정치란 이해 집단 사이의 난투극이니까요.  그렇다고해도 최소한 당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쇼'는 좀 성실하게 해야되지 않을까요?

 

지금의 당신들은 너무 성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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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례대표 시스템은 없애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과 이기적인 생각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다루는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어차피 패싸움인데 깔끔하게 선출직 의원들로만 싸워도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사족

 

류호정 의원은 자신이 가진 신념이 페미니즘인지 진보인지, 아니면 그냥 이기심인지 정리를 해보셔야 할 듯 합니다. 왠만하면 페미니즘을 욕보이지는 마세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피를 흘리며 투쟁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인데 원피스 입고 어깨 쫙 펴고 활보하면서 '난 당당해. 응응' 이러고만 계시잖아요.

 

이상 게임에 미쳐서 인생을 말아먹고 방구석에서 키보드워리어로 살아가는 히키코모리의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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