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남긴 씁쓸한 뒷맛 (feat. 공작, CJ 의 얄팍함)

Movie|2019. 6. 2. 22:36

영화 기생충을 보고 후기를 적은 뒤 다른 사람들의 느낀점을 탐독하면서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뒷 이야기를 적듯 다시 한번 더 이 작품에 대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2018년에 공작이 그랬는데 똑같다. 그런데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배급사가 CJ였다.

 

한번 더 코멘트를 남기고 싶은걸 보면 이 작품이 수작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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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내가 남기는 영화 후기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극찬이나 칭찬 일색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가치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선택에 주의를 당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남북이 이야기를 담았으나 좌우의 가치관이 부딪히는 공작이 그래서 8점을 받았고, 보는 시선에 따라서 졸작과 수작 사이의 경계에 걸쳐있는 이 작품이 그렇다. 지금이야 블로그에 힘이 없어서 덧글 하나도 올라오지 않지만 예전에 내가 남기는 후기는 부정글 대응팀의 단골 놀이터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CJ에서 배급이든 제작이든 했던 것들에만 오직 그런 일이 있었다.

 

장담컨데 오늘 남긴 후기도 검색엔진에서 잘 보였다면 그들이 방문해서 '3류 안목', '아는만큼 보인다지만 너무 얉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왜 평가를 남기냐', '비난과 비평은 다르다'면서 내 글이 검색결과에서 사라지기를 바랬을 것이다.

 

더 심각한건 부정글 대응팀도 아닌 일반인이 '좋은 말이나 써 놓으면 되지, 꼭 그렇게 분위기에 초를 쳐야겠냐'며 불편한 마음을 적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팬덤이 얼마나 무식하고 야만적인지,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거침없는 폭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사례다.

 

CJ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이런 불쾌한 뒷맛을 결국 영화 기생충도 남겨줬다.

 

*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국민의 노동력 착취와 정경유착을 동원해서 이루어졌던 1960년대부터의 30년이 문화계에서는 2019년에 자행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천민자본주의로 시작하는 문화의 성장은 수명이 길지도 않을 그들의 시장을 병들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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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 대한 생각

 

1. 수작이다.

 

이 작품은 분명 꽤 인상적인 구석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전제조건이 붙는다. 현실반영을 하지 않은 순수한 판타지일 경우에만 수작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숙주에 기생하는 벌레, 그들에게 영양분을 편취당하는 숙주, 벌레들 사이의 경쟁, 숙주의 파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몰입도, 거기에 더해진 영상미와 대사들, 그리고 결말까지 꽤 괜찮은 수작이었다.

 

솔직히 공작에서 황정민이 불 꺼진 빈 방을 나서는 장면처럼 인상적인 한 컷도 있었다. 바로 전 가정부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는듯한 장면으로 연출된 조여정이 계단으로 오르는 장면이었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잘 만들었고 상을 받을만했다.

 

▲ 영화 기생충을 보는 내내 들었던 괴리감의 정체는 바로 기택의 가족이 왜 이리 나쁜 모습으로 등장하는가?였다. 현실성, 신계급사회, 사회고발적 블랙코미디라면 그들은 약자로서 피해를 당하는 입장으로 그려져야했다. 그런데 너무 나쁜거지. 관람 후 10시간 정도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개봉을 앞두기 전까지의 기생충은 '작품 그 자체'였다. 제목과 딱 떨어지는 이야기에서 그들은 포식자와 공생 관계가 아닌 기생이었기에 나쁘게 그려질 수 밖에 없는것이었다.

 

결국 내게 있어서 이 작품이 수작인 이유는 바로 '현실성이 배제된 픽션 그 자체'로 봤기 때문이다.

 

2. 졸작이다.

 

하지만 상을 받을만한 영화가 개봉 단계로 넘어오면서 언론플레이와 흥행몰이, 티켓팔이를 위한 대형 배급사 CJ의 전략으로 인해서 졸작이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기 위해서 관람 등급을 조정했으며, 스토리를 현실과 빗대어 신계급사회, 어두운 단면, 풍자와 해학, 블랙코미디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했던게 화근이었다. 나 또한 그런 문구에 현혹되서 영화 기생충을 봤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었다.

 

현실과 연결되는 순간 극 중 표현되지 않았던 최상위 포식자의 선민의식이 대사 속 '지하철 냄사'라는 단어 하나에 녹아들면서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그 포식자를 나쁘게 만들려고 무리해서 수위가 높은 장면과 뜬금없는 조여정의 대사를 넣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나 약 사줘' 라니? 어이가 없었다. 100년만에 나올법한 명작을 그려놓고 붓으로 X자를 그린 느낌이었다.)

 

픽션이었다면 환상적인 찬사가 나올법한 장면에서 현실이 끼어들면서 박사장 가족이 아닌 봉준호 감독이 일반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게 됐다고 해야할까? 엄청나게 불쾌해졌다.

 

사실 영화 기생충 자체가 현실을 완전히 배제한 픽션으로 밀고 나갔다면 그 장면은 결말을 끌어내는 가장 결정적 장면이었다. 박사장 가족이 말하는 냄새의 정체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다른 계급에 대한 혐오와 멸시를 나타내는 단어였으니까. 그래서 결말이 그렇게 된 것이거든. 그런데 이선균의 손과 조여정의 외마디 대사가 끼어들면서 이 단어가 '현실성'을 갖게 되었다. 결국 극을 보는 대다수의 국민을 냄새나는 가난한 인생으로 둔갑시켜 버렸지.

 

* 이야기를 진행하는 내내 박사장과 연교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채 구실을 찾아 해고하고 있다. 즉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면서도 그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걸 단적으로 표출하는게 바로 '냄새'라는 단어지. 그리고 그 문제적 장면(수위, 불쾌함)에서 기택(송강호)은 그들의 속마음을 알게되고 파국적인 결말을 만들어낸다.

 

결국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영화 기생충은 수작이 될 수도 있고 졸작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의 독특한 사고가 대중성을 갖추면서 세상에 나와 빛을 본다고 설명할 수도 있고, 최상위 포식자인 감독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대중을 희롱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정적 순간에 있었던 결정적 실수, 수작과 졸작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작품에 정체성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감독의 무리한 욕심이 만들어낸 참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후기가 아쉬움과 칭찬이 공존했던 것이다.

 

* 물론 영화를 보고 잠을 좀 자고 난 뒤에 적는 글이라 생각이 좀 정리가 됐다. 관람 직후에 적은 중구난방 후기는 그냥 그 시점에서 내가 느낀 그 자체라서 매우 난잡하다.

 

▲ 그 와중에 배우 박소담을 다시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이 다 했다. 인지도 있는 남자배우들은 그저 조연급이었다고 해야될까?

 

결말 코멘트

 

누군가 결말을 오해하고 있던데 아들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결말이 계획대로 완성되었다면 내가 지금 칭찬을 하겠냐? 쌍욕을 하겠지. 좀 끝까지 보자. 기생충은 결코 숙주가 될 수 없다.

 

CJ에 고한다

 

좋은 작품에 고추가루 뿌리지 마라. 영화 제목으로 검색했을때 잘 보이는 부정글들 (아쉽다. 재미없다. 등의 평가를 남긴 일반인 후기)에 달려들어서 덧글로 조롱하고 비아냥거리지 마라. 공작이 왜 천만을 달성하지 못했는지 알아? 남북, 좌우로 프레임을 몰아가서 그런거다. 관객의 반을 적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흥행도 반토막 나는거지. 

 

아마 CJ 정도면 1차 컨택이 국내 1~2위 종합광고기획사겠지? 근데 부정글 대응을 그들이 하는건 아니거든. 그냥 대기업 자본이나 뽑아먹는거지. 실제로 실행사에 전달되는 돈은 10% 정도다. 나머지 90% 중 50%는 회사가 먹고, 20%는 중간 관리자들이 나눠먹고, 20%는 일감 준 CJ 쪽 정직원한테 상납되겠지.

 

이제 옛날 방식으로 수익 방어 좀 하지마. 제조업 분야에서 독재시대에 성장하던 방식으로 지금 뭐하는거냐? 그냥 냅두면 알아서 조현병 환자들이 유튜브, 블로그에 극찬과 극혐 글들을 쏟아낼거야. 그러면 또 기생충들끼리 서로 잘났다고 싸우면서 화제가 될거고 흥행 성적에 플러스가 될거야. 괜히 조급하게 작업쳐서 망치지말고 가만히 있어.

 

마지막 한 줄

 

어쨌든 말 꼬리가 꽤 길게 늘어지는걸 보면 내게 있어서 영화 기생충이 꽤 여운이 길게 남았던 수작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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