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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VOD 시청 후기 : 총체적 난국이다.

Movie|2020. 8. 18. 19:06

올 해 그나마 볼 만한 작품 중 하나로 꼽았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 VOD로 출시해서 집에서 바로 시청하고 남기는 후기입니다.

 

일단, 코로나19 때문에 극장에서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보길 다행이라는 느낌부터 남깁니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내가 이걸 지금 왜 보고 있나?' 싶을만큼 답답했습니다. 아마 극장에서 봤더라도 후기를 쓰기 위해서 끝까지 봤겠지만 험한 말을 많이 뱉었을거라고 예상해봅니다.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뼈대를 너무 잘 세웠고, 잠수함 전투 부분은 흥미로워서 끝에 남는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 뼈대에 살만 좀 잘 붙였으면 전편만큼은 재미가 있었을텐데 아쉬울 뿐입니다.

 

사실 전편도 어설프긴 했지만 곽도원, 정우성이 만들어주는 케미,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웃음코드, 피아구분 명확한 구도, 액션의 비중이 높았던 점 등에서 킬링타임 용으로는 적절했다고 평가를 하는 편인데요. 이번 작품은 정말 분통이 터질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는 평점은 6점이며 감독, 작가 빼고 나머지 스태프들이 고생 많았다고 평을 내리고 싶네요.

 

강철비2 정상회담의 포스터 중 하나입니다.

 

풍자라는 이름으로 미국 대통령을 바보로 그리고, 북한의 위원장을 유치원생으로 만들었지요. 잠수함 안에서 잡혀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6살짜리 꼬마 아이들이 말 싸움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현타가 올 정도였습니다.

 

▲ 한국의 대통령 (정우성)과 북한의 위원장 (유연석) 모습입니다.

 

예상과 다르게 정우성은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연기를 못하는지 잘하는지 눈에 안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무난했고요. 유연석은 100%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꽁트를 할 배우를 찾았으면 그럴듯한 사람을 구했어야죠.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개되는 양상하고 유연석이라는 배우가 주는 이미지하고 너무 안 맞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과 부딪힐때마다 아이들 싸움이 되어버리더군요.

 

몸집을 찌우던가, 특수 분장을 하던가, 대본을 바꾸던가 뭔가 있어야했는데 그냥 나와서 그냥 연기했더군요.

 

* 미국의 속내를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미국 대통령 캐릭터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 한국 대통령의 가족들이 초반부에 잠시 나왔습니다. 가정적이고 온화한 아버지의 모습,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죠. 근데 왜 웃음 코드를 집어 넣는지요? 그나마 여기서는 웃기는 했는데 스토리 전개상 완전히 뺐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순간적으로 그냥 이 설정에서 가족 코메디로 가는게 더 재미있었겠다 싶기도 했고요.

 

▲ 그나마 웃을수라도 있었던 초반부의 가족 코드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 잠수함의 비좁은 함장실에서 벌어지는 3국 정상의 억지 코메디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3국의 속내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풍자를 하기 위해서 이런 설정을 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작품의 퀄리티를 땅 바닥에 처 박는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좀 더 차갑고 냉정하게 그려내는게 옳았습니다.

 

스토리의 전반적인 뼈대가 되는 사건은 한, 중, 일, 미, 북 이라는 5개의 나라가 연결되어 있는 큰 줄기입니다. 거기에서 적당히 외부 세력의 입장을 그려주고 한국과 북한의 입장은 촘촘하게 빼주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게 맞았습니다.

 

전편에서는 CIA 국장과 중국쪽 휴민트로 출연한 배우들이 그렇게 활약을 하면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강철비2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 결과적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의 주요 축이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 4인방이 모두 힘이 빠져버렸죠.

 

▲ 오랜만에 보는 배우 류수영씨와 믿고 보는 배우 곽도원 모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곽 배우님이 어느정도 받쳐줄테니까 망작이라도 볼만은 할거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답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그나마 강철비2를 살려준 것은 바로 배우 신정근 님입니다. 북한 최고의 잠수함 전투 전문가 같은 캐릭터였는데 이 분 덕분에 중후반부터 이야기가 살아났습니다.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아마 이 작품에 대해서 할 말이 거의 없었을겁니다.

 

▲ 전편에서 중국쪽 휴민트로 출연하셨던 배우 김명곤 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인데요. 대왕세종에서 고려부흥세력의 수장으로 출연해서 상당한 활약을 하셨고 전 그 작품을 자주 꺼내보는 편이거든요.

 

어쨌든 미국 부통령으로 나왔던 여 배우, 김명곤님 둘 다 재출연했는데 전작만큼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아쉬움만 크네요. 그나마 Kristen Dalton은 할만큼 했는데 김명곤님은 너무 짧게 나오셔서 아쉬웠습니다. 

 

이 외에도 전편에도 등장했던 이재용님, 캐릭터 좋은 안내상님 등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이 출연했는데 제대로 운신도 못하고 그냥 망작 스토리에 잡아먹힌것 같아서 아쉽기만 합니다.

 

제가 항상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영화계는 배우들이 참 좋아요. 그런데 항상 스토리가 그 배우들을 살려줄만큼 받쳐주지 못하는게 아쉬운 부분이지요.

 

▲ 배우 곽도원이 북한의 호위총국장을 맡았는데 커버를 못 쳤던 이유로 저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 각본과 감독이 동일인물이다.

 

제가 항상 말하죠? 작가와 감독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피터지게 싸우면서 글자들을 영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선택이 나오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감독이 글도 써요. 그래서 배우빨이 아니면 항상 낭패를 보죠.

 

제가 강철비2를 보니까 양우석 감독님은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작가로서의 자질보다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잘 찍었고, 잘 엮었고, 잘 풀었어요. 그러니 이야기는 작가한테 좀 맡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관계에 대한 고민이 미흡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일본의 극우세력, 중국의 입장, 북한의 위원장과 군부 세력들이 총 출동하는 이야기에서 각 객체간 관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들을 풀어내는데 어려움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미소를 머금고 하는 칼부림이 곧 외교인데 그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긴장감이라고는 1도 없는 값 비싼 동영상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왜 이 영화에 투자를 했지?'

 

셋째, 북한 위원장 캐릭터의 미스 캐스팅

 

배우 유연석을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다가 그가 이 역할로 출연을 했는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인 스무트 역을 한 외국인 배우 Angus MacFadyen과 붙여 놓으니 5살, 6살짜리 유치원생이 병아리 옷 입고 싸우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명백한 미스 캐스팅입니다.

 

넷째, 북한말 고증이 그렇게 중요했나?

 

내용이 전개되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북한 군인들이었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정우성 밖에 없었습니다. 그 긴 시간을 채우는 언어로서 북한말을 지켜내는게 그렇게 중요했나요?

 

긴장감 터지는 뼈대를 손에 들고 웃음 코드도 잡아야되고, 북한말도 제대로 넣어야되고, 못 알아들을까봐 자막까지 그대로 넣어주는걸 보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다 쥐려다 하나도 제대로 못 쥐고 물 위로 올라왔잖아요.

 

배우가 대사는 북한 말씨를 쓰더라도 자막은 한국어로 정제해서 넣어주던가 아니면 자막 없이도 잘 전달되게 촬영을 하던가 했어야되는거 아닌가요?

 

왜 쓸데없는데 그렇게 힘을 썼나요?

 

총평

 

전편은 그래도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조연들이 뱉어내는 대사들, 곽도원이 연기한 캐릭터의 소신이 볼만하거든요. 또 갈등 구조가 확실한 캐릭터들도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서 주연이 좀 버벅대도 신경 안 쓰고 재미있게 볼 만한 여지가 있었어요. 하지만 강철비2에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오로지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 심리 묘사, 상황이 주는 긴장감만으로 134분을 끌어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관객의 모든 시선은 정우성, 유연석에게 향했습니다. 여기에서 이미 끝났죠. 두 배우가 미치도록 잘 했어도 스무트 캐릭터 때문에 망할판인데 주연급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 심지어 곽도원씨도 묻혀버렸지요.

 

그래서 감독과 작가를 제외한 스태프만 고생했다고 평점 6점을 준 것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이번 작품에 그려진 큰 뼈대를 잘 보존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 재미있는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 중국, 미국, 북한이 연결된 그 그림은 썩 괜찮았거든요. 촬영도 잘 했던데 이래저래 아쉬움만 잔뜩 남는 영화였습니다.

 

사족

 

글을 쓰는 글쟁이들은 그것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참고합니다.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생각도 엄청나게 많이 하죠. 많이 알아도 글자 1개, 받침 1개, 조사 1개마다 다 달라서 한번 막히면 한 줄을 적는데 몇 일이 걸리기도 합니다.

 

솔직히 강철비2를 보면 외교적 갈등에 대한 고민이 많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제일 많이 들고 있습니다.

 

상업 영화라는게 결국 돈만 벌면 되니까 평점은 작업치고 배우들 티켓파워에 기대서 만들면 돈은 벌겠지 싶어서 대충대충 하는게 이해는 되는데요. 그래도 글은 글쟁이에게, 제작은 감독님이 하는 그런 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만족도가 낮을 경우 환불받는 규정이 있다면 이렇게 만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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