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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검은사막을 접는 40대 중반의 마지막 이야기

Game|2025. 2. 3. 23:03

펄어비스 검은사막은 한때 게임폐인이었던 제가 환호성을 지를만큼 매력적인 오픈월드 게임이었습니다. 같은 IP로 콘솔, PC, 모바일로 출시하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줬거든요. 거기에 쉽고 편하면서 일방적인 성장, 돈질만 유도하던 타게임들과 다르게 생활, 사냥, 항해, 조련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쌀먹으로 점철되던 한국 시장에 게임 그 자체로서의 재미를 맛보게 해 줬던 수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10년, 40대 중반의 아재가 된 필자는 그만 이 게임을 접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늙어서라는 이유로 끝낼수도 있지만, 전 한 가지 이유를 더 꼽고자 합니다.

 

 

편의성 강화, 난이도 하향은 판매자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검은사막은 초창기와 다르게 전이 비용 감소, 다양한 편의성 패치를 통해 처음 접한 유저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라 패치를 해도 처음하는 사람은 어렵죠. 그래서 이런 패치들이 큰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닌, 제작사의 현금 확보를 위한 판매자 중심의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판매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결정은 어떤 포장을 씌우더라도 표시가 납니다.

 

강화 천장이 생기고, 펄옷 묶음 판매 및 크론석 팔이, 조언 팔이에 랜덤박스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제가 처음 접해서 환호성을 질렀던 그 게임이 아닙니다. 그 수위가 3N 보다 약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방향성이 망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쌀먹도 안 되는 게임에 환호하고 시간을 부었던 이유는 그 방향성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그것이 훼손된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 제 눈에는 저들이 하는 모든 업데이트와 패치들은 '신규유저 유입 -> 편의성 팔이 -> 강화를 통한 성장 중심 분위기 형성 -> 펄 옷 및 크론석 팔이 -> 랜덤박스 판매를 통한 3N 과금 체계로의 전환' 의 과정으로 밖에 안 보이더군요.

 

※ 사실 필자가 이 게임에서 좋게 본 것은 '일부러 어렵게 만든' 다양한 장치들을 유저가 파훼하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에 대한 장치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과정이 생략되고 오로지 아이템 성장 테크트리를 공식처럼 인벤에 올려놓고 크론석 팔이를 하기 바쁘다는 느낌입니다.

 

※ 사실 이 게임은 히스 스펙만 맞추고 나침반 만들기만 해도 1년 이상은 스펙업을 할 필요가 없는데 시간당 수익이라는 가치를 언급하면서 끊임없이 경쟁시키려는 움직임만 난무합니다.

 

이미 이 단계에서 초창기의 게임의 가치와 재미가 상실했기에 복귀를 해도 오래 즐기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저렴한 회사, 빈티나는 운영, 속 보이는 바이럴

 

저는 펄어비스가 국내에서 전도유망한 유일한 게임사가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10년차에 1IP로 버티면서 붉은사막을 아직도 준비중인걸 보면서 실망감이 너무 커졌습니다.

 

'뭐야? 직원 6명에 연매출 10억 간신히 찍는 우리 회사랑 다를게 없는 수준이잖아?'

 

10년차에 아직도 1IP, 그래도 그 정도 시가총액의 회사라면 6년차에는 붉은사막 오픈 베타를 하고 7년차에 정식 발매하고, 10년차에는 콘솔, PC까지는 내놓고 도깨비도 오픈베타가 나왔어야죠. 검은사막 IP가 자금을 만드는데 문제가 없는 시기에 2번째, 3번째 IP가 윤곽을 드러내고 현금 흐름을 분산해서 받아주는 그림으로 만들어야 되는겁니다.

 

지금도 붉은사막 기대감 어쩌고 하면서 말들은 많은데 그거 기다리던 게임폐인 1호는 이제 완전히 관심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그 완벽한 IP인 검은사막을 저 지경까지 몰고 가는 운영 능력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AAA급 오픈월드 콘솔? 기대감이 1도 없네요.

 

※ 지금 검사가 어떤 지경이냐면 크론석과 그 포장지를 판매해서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강화 천장을 만들고, 대다수의 유저를 그 천장에 헤딩을 시키는 중입니다. 그를 위해서 좀 더 멍청하고 게으른 유저들을 모으기 위해 꾸준히 난이도와 편의성을 개선하는 중이지요. 그래야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소비를 아무 생각없이 하니까요. 운영이 참 빈티가 나죠. 회사 수준을 생각하면 이해는 됩니다.

 

그리고 인벤을 통해 실행되는 바이럴은 정말 너무 뻔히 보여서 유저들도 다 알죠. 일명 '사랑단'이라고 말을 할 정도니까요. 증거는 없으니 아니라고 잡아떼면 할 말은 없지만 바이럴 20년차로서 가차 업데이트 때마다 인벤에 바이럴 뿌리는거 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해주고 싶더군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개인적으로 은퇴할 때가 다 된 늙은 마케터지만 바이럴 할 돈과 정성과 시간으로 유료광고 퀄리티 좀 높이라고 하고 싶네요. 그 광고를 보고 혹할 사람은 게임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염두해두고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직원들을 알바처럼 최저시급 주면서 단순 반복 작업만 시키는 회사도 아닐텐데 너무 대충 하더라.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진짜 매력은?

 

신규 유저나 사냥 중심의 기존 유저들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진짜 매력은 새로운 컨텐츠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몇 년을 했어도 사냥만 했다면 항해는 초보일 수 밖에 없는데 배를 만들고 성장시키고 색다른 시스템을 경험하고 적응하면서 소소한 결과물을 얻고 기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초창기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기에 아직도 컨텐츠는 방대하고 유저들의 자유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게 매력인 게임이 검은사막인데요.

 

이것들이 경영 실수로 인해 돈맥경화(현금흐름경색)로 인해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 게임을 삭제하기 전에 칼페온에 가서 비키니 입히고 사진 좀 찍어봤네요.

 

풀가방, 풀무게, 전체 생활 펄의상, 비키니 등 캐릭터 1개는 완전 풀세팅 상태인데도 접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게임 화면을 보면서 낭비하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지만 그것 말고도 저런 이유도 있답니다.

 

초창기의 그 퀘스트 파훼하는 재미,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재미, 난이도는 높지만 성취감도 같이 높았던 게임 그 자체가 주는 재미가 많이 반감된거죠. 쉽게 어렵고 복잡하고 방대해서 배워가고 익숙해지는 재미가 컸는데 이제는 그저 펄질, 돈질, 강화질 밖에 없어서 접속해서 하는 모든 행위들이 다 따분해졌을 뿐입니다.

 

주식과 코인 등 자산 투자로 인생 2막을 전환한 지금 트레이 창으로 게임을 내려놓고 공부하면서 유저로서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럴 이유를 못 찾아서 그만 두네요.

 

13년 전까지 NC에 환호했고, 10년 전부터 펄어비스에 환호했는데 이제 그 환호성과 신바람은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게임폐인은 이제 장년으로서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철은 들지 않은 아저씨지만 재미조차 사라진 게임을 의무감에 붙들고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

 

어쨌든 늙어서 접는 마당에 한 사람의 유저로서 아쉬움도 살짝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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